[씨네21 리뷰]
감정이 억제된 공간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퀄스>
2016-08-31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이퀄스>

인간의 ‘감정’이 생산 활동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먼 미래. 감정이 억제될 때 인류 사회는 완전 무결해진다. 감정을 느낀 인간은 약물 치료가 필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공동체에서 격리된다. 어느 날,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의 직장에서 동료가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모두들 사고 현장에서 대체 노동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와중에 사일러스는 미아(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날 이후 미아의 곁을 맴돌던 사일러스는 ‘감정 통제 오류’ 확진 판정을 받고도 치료에 매진하는 대신 미아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SF물로서 <이퀄스>의 상상력은 새로울 것이 없다. 전 지구적 차원의 전쟁 후, 오류와 결함을 제거하고 극도의 생산성을 위해 재조직된 사회가 <이퀄스>의 배경이다. 먼 미래, 미니멀한 공간은 감정을 교류하는 일의 가치를 부각하고, 두 주인공에게 온전히 포커스를 맞추는 설정으로 쓰인다. 시공간을 미래로 옮겨왔을 뿐 감독의 전작 <라이크 크레이지>(2011)와 <우리가 사랑한 시간>(2013)에서 확인한 스타일과 주제는 그대로다.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감정 변화로 겪는 위기가 작품의 주된 테마다. 배우들의 얼굴에 밀착한 카메라는 미세한 표정 변화와 움직임으로 내밀한 속내까지 비추는 듯하다. 지긋한 관찰을 요하는 초반을 경유해 후반으로 갈수록 예상을 엇나가는 사건들이 흡인력 있게 전개된다. 배우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의 스타일에 두 배우는 더없이 적절한 피사체다.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모두 절제와 격정을 오가며 정교한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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