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미씽: 사라진 여자>
2016-11-30
글 : 이예지

지선(엄지원)은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녀는 어린 딸 다은을 중국 출신의 보모 한매(공효진)에게 맡기고 일을 해왔지만, 어느 날 집에 돌아와보니 한매와 다은이 사라져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남편과 경찰은 양육권 분쟁 때문에 아이를 일부러 숨긴 자작극이 아니냐며 그녀를 의심하고, 지선은 직접 아이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한매와 다은이 사라진 후부터 집을 배회하는 수상한 남자 현익(박해준)을 따라다니며 한매의 정체에 접근하고, 여태까지 알아왔던 한매의 이름이며 신분이며 모든 것이 가짜임을 알게 된다. 지선은 사랑하는 딸을 찾기 위해 한매의 삶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속해 있는 계층이나 살고 있는 환경, 모든 것이 대비되는 두 여성의 삶을 교직하여, 한 지점으로 수렴하는 여성의 현 좌표를 찾아가는 영화다. 한국인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중국 여성 한매, 능력 있는 워킹맘이지만 전남편과 시어머니의 폭언에 시달리며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여성 지선. 대비되는 듯하나 들여다보면 사회적 약자인 여성으로서 그들의 처지는 비슷하다. 영화는 스릴러의 문법을 통해 지선의 시선으로 한매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두 여성간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호하게 전복시키고, 계층간의 차이를 지워낸다. 그들을 잇는 매개가 아이와 모성이라는 점에서 영화 속 여성의 모습이 고전적인 여성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모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남편과 시집으로 대변되는 사회의 냉대와 편견 속에서 애착을 갖고 의지할 대상이 아이뿐이기에 발생하는 후천적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 아이는 여성이 헌신해야 할 절대적인 존재라기보다 여성 정체성의 연장이다. <미씽: 사라진 여자>가 특별해지는 지점은 피해와 가해를 뒤집는 복수 서사의 문법에서 나아가, 두 삶이 조우하며 다다른 연민과 공감에서 비롯된다. 지선과 한매 두 여성 캐릭터가 서사를 흔들림 없이 단단히 구축하고, 배우 엄지원과 공효진은 그들에게 숨결을 불어넣는다. <…ing>(2003), <어깨너머의 연인>(2007)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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