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쩌면 우리 아빠는 '좀비' 일지도 몰라 <파파좀비>
2016-12-28
글 : 김수빈 (객원기자)

흐리멍텅한 눈, 늘어진 팔다리, 떼를 지어다니는 습성. 좀비를 식별하는 법을 전해 들은 승구(정예우)는 아빠 한철(조한철)이 좀비라고 확신한다. 한철은 한때 잘나가는 벤처 기업 사장이었지만 벤처 붐이 사그라들면서 실직 상태가 된 지 4년째다. 한철 말고도 동네엔 비슷한 행동양상을 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한가득이다. 승구는 같은 반 친구들과 좀비들을 수사하는 특공대를 꾸리는데, 순진한 승구만 아빠가 좀비라는 걸 인정한다. 좀비 특공대는 한철을 승구네 집에서 몰아내기로 뜻을 모은다. 한편, 한철은 동네 폐가에다 옛 물건들을 모아두고 그걸 보는 낙으로 살고 있다. 틈만 나면 동네 뒷산을 오르는 한철의 행동은 좀비 특공대와 동네 사람들의 오해를 사고, 사람들의 열띤 제보로 결국 경찰들이 한철을 체포하기에 이른다.

<스탠 바이 미>(1986) 같은 어린 소년들의 모험담을 컨셉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는 아이의 시점에 따라 아빠에 대한 의심이 작전, 공격을 거쳐 갈등 해소에 이르기까지, 총 네장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이 켜켜이 쌓여가는 게 아니라 좀비의 단편적인 특성과 아빠의 행동을 대응시키는 장면들만 반복된다. 간간이 정통 좀비물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아이의 꿈인지, 상상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채 영화의 정체성만 모호하게 한다. 무대가 되는 교외엔 놀이터에 모여 시간을 죽이는 무기력한 아빠들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의 시점에 따르는 터라 집에 박혀있는 삼촌, 아빠와 숱한 중년 남성들은 말 그대로 ‘좀비 같은’ 표면적인 모습만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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