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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김과장> 같이 노나먹읍시다?
2017-02-14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지방 주류 유통업체의 장부를 조작해 세금 탈루를 돕고, 사장의 묵인하에 소소한 “삥땅”을 쳐온 남자. 뒤탈 없이 해먹는 쪽으로 무척 유능한 인재였던 김성룡(남궁민)의 말에 따르면 “인간관계의 가장 아름다운 속성은 노나먹는 관계”란다. 대기업 분식회계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를 융통성 없는 지질이라 비웃던 그는, 공석이 된 그룹 경리과장직에 지원한다.

회계범죄를 저지르는 대기업과 회사 내 말단 경리부가 맞서는 블랙코미디. KBS <김과장>을 보고 있자니 ‘최순실 게이트’의 내부 고발자 모씨를 취재한 기사가 떠올랐다. 실무로 일하던 그는 타국에서 급여도, 숙소 지원도 끊긴 채 토사구팽 당했고 배신이 거듭되자 폭로를 결심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궁금해졌다. 만약 최순실이 성룡처럼 ‘노나먹음’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다면, 누구의 폭로도 없었을까?

드라마 <김과장>은 김성룡이 믿던 아름다운 ‘노나먹음’에 마찰이 생기는 지점들을 꼼꼼하게 짚어간다. 투명하지 못한 거래와 대가를 주고받으며 서로 약점을 쥐고, 크게 탈이 나지 않을 규모로 이익을 잘게 나누어 공유하는 행위. 공범의식으로 입막음을 하는 안전장치는 서로 더 큰 약점을 쥐고자 하는 당연한 행동으로 간단히 파괴된다. 또한 질투나 오해 같은 인간관계의 다른 속성이 폭로를 불러올 때도 있다.

기업이나 국가 단위의 비리를 다루는 많은 드라마들이 좀처럼 실감하기 어려운 규모를 혼자 다 해먹는 탐욕스런 악인에게 혈육을 잃은 주인공의 굵직한 복수 서사를 얽어낼 때, <김과장>은 성긴 그물망 사이로 빠져나가던 좀스러운 일상의 부조리에 동참하고 합리화하던 소시민의 세계관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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