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넬리> 작가 넬리 아르캉의 삶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2017-08-2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메리 홉킨의 노래 <Those Were the Days>에 맞춰 립싱크하는 앳된 소녀 이자벨, 능숙하게 손님을 이끄는 섹스 노동자 신시아, 매춘부로 일한 경험을 녹인 소설로 26살에 문단에 데뷔한 촉망받는 작가. 이질적인 이미지들은 모두 한 여자(밀렌 매케이)의 삶을 이야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삶의 어떤 부분이 특별히 고통스러운 건 아니다. 동료들이 손님들의 불만 리뷰를 받을 때도 찬양 리뷰 일색인 그녀는 완벽에 가까운 섹스 노동자다. 실제 삶에서는 그녀와 잘 통하는 연인을 만났고, 넬리라는 이름으로 쓴 소설이 3만부 이상 팔려나가며 주목받는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분열적인 측면은 그녀의 삶에 공허한 그늘을 드리운다.

<넬리>는 2005년 자전적인 소설 <창녀>로 문단에 데뷔했고, 36살이 되던 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작가 넬리 아르캉의 삶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넬리>의 서사는 순수한 소녀의 타락사로 축약되거나 지적인 매력까지 갖춘 어느 매춘부의 특별한 이야기로 흩어지지 않는다. 소녀, 섹스 노동자, 소설가라는 세 가지 층위는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자기부정을 거듭한다. 이를테면 그녀의 테크닉에 관한 동료의 찬사 뒤로 어린 시절 파티에서 자신의 파트너를 친구에게 빼앗겼던 날의 아찔한 상황이 맞붙는다. 아르캉이 쓴 소설의 영향이 묻어나는 이러한 장면 구성 방식을 통해 영화는 관객이 그녀를 관찰하는 대신 그녀 내면에 침잠하도록 유도한다. 캐나다 감독 안 에몽의 세 번째 장편 영화로 넬리 아르캉의 삶과 글에 매료된 감독이 그의 소설을 기초로 시나리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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