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실사화 바람이 <요괴워치> 시리즈까지 불어왔다.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읽으며 UFO 이야기를 하던 민호는 갑자기 온 세상이 3D로 바뀌어 당황하게 된다. 피부에 모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의미에서 이를 ‘모공 세계’라고 부르기로 한 민호와 요괴 친구들. 이들은 코알라냥의 코를 누르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고, 또 한번 누르면 모공 세계로 전환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교통사고를 당하고 다시는 발레를 할 수 없게 된 수빈은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 모공 세계에서는 다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더블 세계에 얽힌 특성을 이용해 현실을 아예 붕괴시키려고 한다.
콘텐츠 전체를 실사화하기보다는 2D와 3D를 오갈 수 있다는 설정으로 절반의 실사화만 구현해냈다. 기존에 알려져 있던 캐릭터들을 어떤 인간 배우가 맡아 연기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초반 재미를 책임진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젊은 학생이었던 캐릭터를 상대적으로 나이 든 배우가 연기해서 잔웃음을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면서 가장 극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시리즈의 핵심인 요괴가 아니라 인간 캐릭터나 주변 배경이다. 정작 요괴의 비주얼에 드라마틱한 변주가 없는 실사화에 도전했어야 할 이유가 뭔지 불투명한 셈. 또한 후반부에 부각되는 수빈의 이야기는 사실상 실사영화에 가까워 <요괴워치> 고유의 톤과 잘 붙지 않고,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마무리가 빈약하다. 끝판왕 격 캐릭터와 싸우는 클라이맥스가 요괴들의 팀워크를 매력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채 다소 늘어진다는 점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