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침묵> 결과는 있으되 원인을 알지 못한다
2017-11-01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결과는 있으되 원인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진실을 찾는 사후적 시도인 재판의 난관이자 법정영화의 출발점이다. 의지할 곳은 사람들의 말이나 CCTV와 같은 기계장치의 말들인데, 증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거짓말을 하고, 기계장치의 말들도 거짓으로 오염되기도 한다. 험난한 과정이다. 그래서 법정영화가 가지는 추리게임의 요소는 이성의 한계라는 메시지를 동반한다. <침묵>은 이런 법정영화의 정석을 따른다. 태산그룹 회장 임태산(최민식)의 약혼자이자 유명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한다. 용의자로 임태산의 딸 임미라(이수경)가 지목되고, 태산은 신참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에게 미라의 변호를 맡긴다. 희정은 사건 현장에 태산의 비서 정승길(조한철)이 있었음을 밝히는 한편, 태산이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평범한 속물인지, 지독한 악인인지를 알 수 없는 태산 역의 최민식은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극복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더불어 박신혜, 이하늬, 류준열의 연기는 새로우면서도 캐릭터와 잘 맞고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은 신선하고 독특한 질감을 영화에 부여한다. 카메라는 트레킹숏, 롱숏에서부터 익스트림 클로즈업숏을 모두 활용하며 법정영화가 가지는 장소적 제약을 뛰어넘고, 조명은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화는 익숙한 사람들과 자신의 내면에서 타자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이 영화의 메타 영화적 요소는 삶이라는 가면극에 대해서 반추하게 한다. 법정영화의 모범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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