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7년의 밤> 폭력이라는 명제 앞에서 그들이 가지는 각각의 부성애
2018-03-28
글 : 이화정

악과 더 악한 악이 충돌해 이루는 서스펜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비극적 사고 이래 긴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인물들의 연결고리를, 흡인력 있는 전개로 2011년 출간 이래 5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다. 빠른 호흡의 원작은 ‘영화 같은’ 긴장감을 형성했고, 그만큼 탐낼 만한 원작으로 회자됐다. 2015년 크랭크인 후 한참 만의 개봉인 데다 <마파도>(2005),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추창민 감독이 각색을 맡아 궁금증도 컸던 작품이다.

영화 <7년의 밤>은 우발적 사고로 한 소녀를 살인하고 유기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살인범을 찾아나선 소녀의 아버지 오영제(장동건)의 쫓고 쫓기는 세월을 중심에 둔다. 원작의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에서 영화가 선택하고 주력하는 것은 결국 현수와 영제 두 남자이고, 이 선택이 각색의 큰 폭을 형성한다. 원작에서 그들의 악연을 설명해줄, 현수의 아들 서원(고경표)과 사건을 목격하는 승환(송새벽)의 구도 역시 축소되었다. 잘못된 선택을 은폐하기 위해 가중의 죄를 쌓아가는 현수와 현수 때문에 가족이 죽었지만 사실 오랜 시간 아내와 딸을 학대해온 남자 영제. 원작이 두 남자의 ‘악’의 무게를 재는 데서 대결 구도에서 추진력을 얻는다면, 영화는 그 이면에 있는 두 남자의 내면에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 점에서 원작에서 완전한 악으로 묘사된 오영제 캐릭터는 영화로 와 가장 변화가 큰 인물이기도 하다.

플래시백으로 구축되는 7년의 비밀을 현실감 있게 만드는 요소는 소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세령마을의 분위기다. 안개 자욱한 세령호와 음산한 영제의 저택, 낡은 사택, 거대한 댐 등 배경의 구현이 거의 완벽해 보인다. 두 인물의 심리전이 마을의 이같은 분위기와 어우러져 영화는 시종 묵직하고 어두운 기운을 잃지 않는다. 폭력이라는 명제 앞에서 그들이 가지는 각각의 부성애는 사건 발생과 별도로 캐릭터의 심리전을 부각한다. 영화가 택한 방향이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큰 힘을 받지 못한 채 영화의 활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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