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제71회 칸영화제, 성범죄 신고 핫라인 만든다
2018-05-04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공식포스터

오는 5월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칸국제영화제에 성범죄 신고 핫라인이 개설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부 장관은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칸영화제 조직위원회와 협의해 이번 영화제 기간에 각종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전용 신고 전화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칸영화제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할리우드를 떠들썩하게 하고 전세계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던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스캔들의 여파로 보인다.

하비 와인스타인

마를렌 시아파 장관은 “성폭력 신고를 위해 칸영화제 측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며 “하비 와인스타인이 칸영화제 기간 중 여러 성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와인스타인은 과거 칸영화제에서만 4건의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혐의를 받고 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양성평등부 장관

그중 이탈리아 여배우 아시아 아르젠토의 폭로에 따르면, 아르젠토가 칸영화제를 방문했던 21세 당시 파티에 초대받아 호텔을 찾았으나 파티는 없었고 목욕 가운을 걸친 하비 와인스타인밖에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르젠토는 마사지를 요구한 와인스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자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스타인을 둘러싼 여배우들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잇따르자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영화제 팀과 우리 관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해당 문제에 대한 칸영화제의 변화 모색을 암시했다.

이번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실시될 성범죄 핫라인 시스템은 여배우들뿐만 아니라 영화제에 참석하는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열려있을 예정이다. 성범죄 피해에 대한 상담과 가해자 신고가 가능하며, 운영과 관련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당시 맨발 시위에 나선 줄리아 로버츠(왼쪽에서 두 번째)
굽이 낮은 신발을 착용한 수잔 서랜든

프랑스 양성평등부와 칸영화제조직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여성에게 불리한 관행을 이어온 칸영화제에 가해진 비난의 화살을 모두 거두기엔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칸영화제는 남자는 검은색 정장과 나비 넥타이와 구두, 여자는 드레스와 하이힐이라는 드레스 코드를 명시하고 있다. 2015년 <캐롤> 상영 당시, 하이힐을 신지 않은 일부 여성들이 드레스 코드 위반을 이유로 입장을 저지당했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줄리아 로버츠, 수잔 서랜든 등 여배우들이 낮은 굽의 신발 착용, 맨발 시위 등에 나서기도 했으나 여전히 칸영화제 측은 드레스 코드를 공식적으로 수정하지 않은 상태다.

성범죄 신고 핫라인을 신설한 칸영화제가 올해 또 다른 변화의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다시 여배우들의 저항이 계속될 것인가. 한편, 프랑수아즈 니센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이번 칸영화제에서 여성 감독들의 영화 연출을 지원하는 국제기금을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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