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칸영화제 5월8일 개막 “넷플릭스, 셀카, 언론시사 없어”
2018-05-11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칸영화제에서 볼 수 없는 세 가지. 넷플릭스 영화, 레드카펫 셀카, 언론시사. 5월 8일(이하 현지시간)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영화제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요 이슈에 대해 언급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넷플릭스와 미투 운동, 레드카펫 행사 중 셀카를 찍는 행위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VS 칸

넷플릭스와 칸영화제 사이의 불화는 지난해부터 복잡하게 이어졌다. 2017년 칸영화제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두 영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경쟁부문에 선정함에 따라 프랑스극장협회의 반발이 일자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부문 진출을 막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자 넷플릭스가 앞으로 칸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에 나서 영화제측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영화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감독 가운데 한 명인 오슨 웰스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을 칸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바람의 저편>은 넷플릭스가 투자해서 제작한 영화다.

칸국제영화제(위쪽)와 넷플릭스의 공식 로고.

뿐만 아니라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폴 그린그래스의 <노르웨이>, 제레미 솔니에르의 <홀드 더 다크>등의 넷플릭스 영화의 칸 진출이 막히게 된 데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차기작 <아이리쉬맨>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하면서, 칸영화제는 넷플릭스 측에 재협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티에리 프레모는 “지난해가 스트리밍 영화 논란의 첫 번째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두 번째, 내년은 세 번째 국면이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와의 관계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투자 규모가 크고 창작자의 자유로움이 더 보장되는 넷플릭스 제작 영화에 유명 감독들이 잇따라 합류하면서 강경했던 칸영화제가 한발 물러서게 된 양상이다.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

셀카 금지

티에리 프레모는 레드카펫 행사에서 셀카를 찍는 행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셀카는 행사를 지연시키는 원인이며 종종 참가자들이 휴대폰에 집중하다 레드카펫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며 “관객분들은 보여지기 위해 칸에 오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기 위해 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레드카펫 중 셀카 촬영을 전면 금지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3년 전에도 레드카펫 셀카에 대해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고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풍경을 두고 다시 칸영화제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영화에 대한 존중을 되살릴 것”이라는 집행위원장의 언급 외에 아직 구체적인 단속 방침은 나오지 않았다.

칸영화제 레드카펫 행사 중 셀카를 촬영하는 모습.

언론 시사 금지

주요 초청작들의 사전 언론시사가 사라진 점도 주목된다. 칸영화제는 경쟁부문의 주요 작품들에 한해 기자와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언론시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작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언론시사 직후 SNS를 통해 짧은 영화평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서, 혹평 속에서 감독과 배우들의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되는 민망한 상황도 이따금씩 벌어졌다. 이에 언론시사가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오후 10시 이후 리뷰를 공개하도록 엠바고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미투 운동

미투 운동의 여파를 염두에 둔 발언도 있었다.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성추문에 휩싸인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언급하며 “영화제에 전용 이메일과 핫라인을 개설해 성추행, 성희롱 피해자 혹은 목격자에게 제보를 받을 것”이라며 “이번 축제 참가자들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을 전담해서 자료화하는 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투 운동에서 비롯된 변화는 칸영화제만의 것이 아닌 전 세계 영화계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칸영화제는 참가자들에게 ‘좋은 행동이 필요하다. 파티를 망치지 말라. 성희롱을 멈춰라’라는 문구가 담긴 전단을 배포하고 있으며, 신고가 가능한 핫라인 번호를 안내하고 있다.

2015년 제68회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케이트 블란쳇.

또, 제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한 100여 명의 여성 영화인들은 오는 12일 밤 칸영화제의 레드카펫 행사에서 미투 캠페인을 지지하는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 행진은 비단 미투 캠페인의 지지뿐 아니라 경쟁 부문 초청작 감독들의 성불균형, 성차별적인 복장 규정 등에 대한 저항을 담고 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이 행진은 여성 영화인들에게 바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로는 단독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의 수상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칸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래 <밀양>(2007)과 <시>(2011)의 경쟁 진출,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시>로 이창동 감독이 각본상을 거머쥔 바 있다. ‘칸이 사랑한 감독’이라는 이창동 감독의 별명답게 발표하는 작품마다 칸영화제와 인연을 각별히 쌓아온 만큼,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8년 만의 신작 <버닝>이 선택될 것인지에 관심이 높다. 시상식은 폐막식이 치러질 19일에 열릴 예정이다.

<버닝> 해외 포스터 3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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