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시네마에 대한 헌사, 역대 칸영화제 포스터 변천사
2018-05-11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지난 8일,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그간 칸영화제의 포스터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답게 우아하고도 감각적인 포스터를 선보여 왔다. 최근 칸의 포스터들은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간결하고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렇지 않은 포스터도 분명 있었다. 또 어떤 포스터는 논란을 불러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역대 칸영화제의 포스터를 장식한 영화인들을 비롯해 칸영화제 포스터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고다르를 향한 두 번째 헌사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의 한 장면.

71회를 맞이한 올해의 칸영화제 포스터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주역 장 뤽 고다르에게 바쳐졌다. 그의 1965년도 작품 <미치광이 피에로>의 한 장면이 차용된 것. 고다르 영화의 한 장면이 칸영화제 포스터에 담긴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년 전 제69회 포스터는 장 뤽 고다르의 <경멸>(1963)에서 가져왔다. 사진 속의 장소는 이탈리아 바닷가 암벽 위에 지어진 유명 건축물 ‘카사 말라파르테’ 저택이다. 자연의 한가운데 놓인 건물과 독특한 계단식 지붕이 인상적이다.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장 뤽 고다르의 <경멸>(1963)의 한 장면.

시대의 뮤즈였던 배우들

(왼쪽부터) 2006년 제59회(장만옥), 2014년 제67회(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배우들이 포스터를 장식하기도 했다. 일러스트를 사용한 포스터를 선보였던 과거에 비해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배우들을 자주 포스터 속에 등장시켰다. 장만옥, 마릴린 먼로, 줄리엣 비노쉬,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잉그리드 버그만 등 눈에 익은 배우부터 그들이 영화사에 남긴 한 획의 역사가 궁금해지는 배우들까지. 이렇게 인물 위주의 포스터가 나오면서 칸영화제의 포스터에는 자연히 생동감과 역동성, 그리고 존경과 경외가 실렸다. 59회 포스터 속 장만옥은 실루엣뿐이라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화양연화>(2000)를 통해 각인된 선연한 이미지 덕에 그녀가 배우 장만옥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장만옥과 마찬가지로 67회 포스터의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1963) 속 유명한 장면을 가져와 재작업했다.

(왼쪽부터) 2012년 제65회(마릴린 먼로), 2015년 제68회(잉그리드 버그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65회에는 마릴린 먼로의 사망 50주기, 68회에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했다. 실제로 마릴린 먼로가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했던 1956년 6월 1일, 리무진 속에서 초를 끄는 사진으로 포스터를 장식했다. <카사블랑카>(1942), <불안>(1954), <가을소나타>(1978) 등의 굵직한 대표작을 남긴 잉그리드 버그만의 사진은 폴란드의 사진 작가 데이비드 시모어의 작품을 바탕으로 했다.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들의 매력이 여전히 생생하게 전해지는 포스터들이다.

세 번의 키스

(왼쪽부터) 2013년 제66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 영화 <어 뉴 카인드 오브 러브>(1963) 포스터

올해의 포스터처럼 남녀의 키스를 담은 포스터가 두 번 더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실제 배우 커플이던 폴 뉴먼과 조앤 우드워드가 출연한 <어 뉴 카인드 오브 러브>(1963)의 한 장면이 담긴 66회, 다른 하나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 <오명>의 스틸 사진을 차용한 46회 포스터다. 폴 뉴먼과 조앤 우드워드는 1958년에 결혼해 2008년 폴 뉴먼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평생을 함께한 세기의 커플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1993년 46회에 이어 2015년 68회에도 등장하면서 칸영화제 포스터에 두 번 등장한 스타로 남았다.

<오명>의 한 장면을 사용한 1993년 제46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논란의 포스터

2017년 제70회 칸영화제 포스터 / 원본 비교 사진

70회 영화제 포스터가 논란을 불러왔다. 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춤추는 장면이 담긴 이 포스터는 원본 사진의 허리와 허벅지를 포토샵으로 가늘게 수정하면서 따가운 비난을 받았다. 붉은 색감과 역동적인 몸짓이 어우러져 역대급 비주얼을 자랑한 포스터였기 때문에 이 같은 사진 조작 논란은 더욱 아쉽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1960년대 이탈리아의 배우이자 사회운동가다. 대표 작품으로는 <8과 1/2>(1963), <희미한 곰별자리>(1965),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 등이 있다. “미국에 MM(마릴린 먼로)가 있고 프랑스에는 BB(브리짓 바르도)가 있다면 이탈리아엔 CC(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의 전설적인 배우였다. 그런데 정작 카르디날레 본인은 “이 포스터의 요점은 현실적인 부분에 있지 않으며, 페미니스트로서 확신하건대 (이 포스터는) 여성의 몸을 왜곡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는 논의할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60주년 기념 다 함께 점핑(Jumping)!

2007년 제60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감독과 배우 여러 명이 한꺼번에 출연한 포스터도 있다. 칸영화제는 60주년을 기념해 감독, 배우 9인을 포스터 속으로 데려왔다. 참여한 영화인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줄리엣 비노쉬, 제인 캠피온, 슐레이만 시세, 페넬로페 크루즈, 제라드 드파르디유, 사무엘 L. 잭슨, 브루스 윌리스, 왕가위.

사진작가 필립 할스먼의 점프 사진들.

미국의 사진작가 필립 할스먼의 유명한 점프 사진을 재구성해, 매그넘 소속 사진작가 알렉스 마졸리가 이들의 점프 사진을 촬영했다. 여기서 점핑(jumping)은 수많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도약한 발판이 된 칸영화제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다. 유명 감독과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포스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볼 수 있을까. 부디 120주년까지 기다리는 일은 없길 바란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칸영화제가 항상 지금처럼 고퀄리티의 포스터 디자인만을 선보였던 건 아니다. 주관적이지만 다소 난감한 포스터들도 꽤 있다. 일루셔니스트가 된 줄리엣 비노쉬, 혹은 화훼 박람회를 연상시키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의 말못할 고충이 엿보이는 포스터들. 당대의 미적 기준이 지금과는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몇 가지만 추렸다.

2010년 제63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2003년 제56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1996년 제49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1970년 제23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그밖에 빠뜨리기 아쉬운 인상적인 포스터들, 부족한 예산으로 힘들게 치러진 영화제 초기에 선보인 멋진 포스터들을 소개한다.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2008년 제61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2000년 제53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1992년 제45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1990년 제43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1980년 제33회, 1981년 제34회에 동일하게 쓰였던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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