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쿠엔틴 타란티노, 차기작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2018-05-24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B급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에 관심이 뜨거울 것이다.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 1930~40년대 필름 누아르와 1960~70년대 B급 액션을 섭렵하고 스파게티 웨스턴과 일본, 홍콩의 무협영화 등에 심취하다 할리우드의 영화판에 입성한 그는 ‘덕업일치’의 훌륭한 성공사례 그 자체다. 그는 스스로 열광했던 영화들의 재료로 난잡하고 통쾌한 S급의 B무비를 만들어내며 전 세계의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차기작에 대한 말말말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타란티노의 신작은 늘 영화광들의 꾸준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시나리오나 단편 작업, 협업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총 8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그는 10번째 영화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것을 선언했다. 발표된 장편영화는 <저수지의 개들>(1992), <펄프 픽션>(1994), <재키 브라운>(1997), <킬 빌 1, 2>(2003, 2004), <데쓰 프루프>(2007), <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 <장고:분노의 추적자>(2012), <헤이트풀8>(2015) 총 8편.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편 영화 8편의 포스터.

은퇴까지 단 두 편의 영화만을 남겨 놓고 있는 그가 차기작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는 굉장한 화두다. ‘9번째 영화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의 속편인 <킬러 크로우>가 될 것이다’ 또는 ‘찰스 맨슨 사건을 영화화하기로 했다’라거나 ‘<스타트렉> 시리즈에 합류해 메가폰을 잡는다’ 또는 ‘<킬 빌 3>로 3부작을 완성한다’ 등 확실치 않은 정보들이 타란티노의 입을 통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특히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일화를 다룰 예정이라고 알려진 사실은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다.

찰스 맨슨의 ‘폴란스키 가(家) 살인사건’

찰스 맨슨

미국의 연쇄 살인마 찰스 맨슨(1934~2017)은 철저하게 방치된 환경에서 자랐다. 생물학적 아버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어머니는 매춘부이면서 알코올 중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출해 강도, 강간 등 범죄를 저지르며 소년원,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평소 비틀즈를 광적으로 좋아했던 맨슨은 출소 이후 히피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이때 히피들에게 성경의 요한계시록과 비틀즈를 연관 지어 만든 자신만의 교리를 전파하며 자신을 신격화한다. 이 무리는 이른바 ‘맨슨 패밀리’라는 사이비 집단으로 변모해 마약과 난교, 범죄를 일삼는다.

맨슨 패밀리

맨슨 패밀리가 저지른 범죄는 언급조차 힘들 정도로 많지만 특히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들은 LSD에 취한 채로 유명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집을 습격해 임신 중이던 아내 샤론 테이트를 포함한 5명을 잔인하게 몰살했다. 당시 영화 촬영으로 집을 비운 폴란스키 감독과 그의 가족이 맨슨 패밀리의 표적은 아니었다. 음반을 내기 위한 시도를 했던 찰스 맨슨이 이 집의 전 주인이었던 음반 제작자의 혹평에 분노해 벌인 일이었다. 이들은 총격과 수십 차례의 난도질뿐만 아니라 훼손한 시체를 거실에 매다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 같은 잔악무도한 살인사건을 영화화한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인 타란티노의 스타일대로라면 잔악한 현장을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담을 것이 선했기 때문이다.

찰스 맨슨 영화 아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그러나 맨슨 패밀리의 살인 사건에 초점한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은 낭설이었다. 영화에서 실존 인물을 묘사하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타란티노는 “찰스 맨슨이 아니라 1969년을 다루는 것”이라며 찰스 맨슨은 중심인물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1969년 당시 LA에 문화적으로 발생한 일을 엮은 직물에 맨슨은 단지 하나의 씨실일 뿐”이라고 말했다. 마치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배경 인물로서의 악으로 기능했듯이 이번 영화에서도 찰스 맨슨은 하나의 배경에 머무를 예정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아돌프 히틀러.

한편, 타란티노는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부터 대부분의 영화 제작을 전담했던 하비 와인스타인의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성폭행 사건으로 파산했기 때문에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그의 신작은 R등급 영화를 만들지 않는 디즈니를 제외한 모든 영화 스튜디오가 참여한 입찰 경쟁에 놓였다. 결국 소니픽쳐스가 배급권을 차지하고 프리 프로덕션에 돌입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왼쪽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쿠엔틴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의 제목은 세기의 명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비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다. 이어서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 함께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로 함께한 브래드 피트가 출연을 확정했다. 2월 28일 소니픽쳐스에 따르면 “1969년 히피 문화가 창궐한 로스앤젤레스, 한물간 TV 서부극 시리즈의 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오랜 스턴트 파트너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가 영화계 재기를 노리지만 이제 더 이상 알아주는 이가 없고, 릭 달튼의 옆집에는 굉장한 유명인이 살고 있는데, 바로 샤론 테이트였다”는 시놉시스가 공개됐다. 강조했듯이, 맨슨 패밀리와 샤론 테이트는 두 주인공을 매개하는 배경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타란티노는 알 파치노와 톰 크루즈를 섭외하고 싶어했으나 아직까지 발표된 바가 없어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배우 샤론 테이트의 생전 모습, 마고 로비

올해 5월, 할리우드 배우 샤론 테이트 역의 물망에 올랐던 마고 로비가 최종 발탁됐다. 여기에 버트 레이놀즈, 팀 로스, 커트 러셀, 마이클 매드슨까지 합류하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윤곽이 잡혔다. 팀 로스와 커트 러셀, 마이클 매드슨은 모두 <헤이트풀8>에 출연한 배우이다. 흥미로운 캐스팅은 타란티노 감독과 첫 협업을 하게 된 버트 레이놀즈. 82세의 배우인 그는 수많은 영화에서 주조연을 맡아왔으나, <부기나이트>(1999)로 다수의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쓴 때를 제외하고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의 ‘최악의 배우상’에 자주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맡은 역할은 시력을 거의 잃은 농장주 조지 스판. 맨슨 패밀리는 샤론 테이트를 살해하기 전 몇 달간 농장에서 머물렀는데, 맨슨은 대가로 여성 추종자들에게 조지 스판과 함께 잘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은퇴가 머지않은 타란티노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인 2억 달러(약 2,16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다양한 인물들을 조명해 그의 걸작 <펄프 픽션>과 유사한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해진다. 영화는 샤론 테이트 사망 50주기를 맞는 2019년 8월 9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관객들이 이제 그만 떠나주길 원할 때까지 감독으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던 쿠엔틴 타란티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이후 이제 단 한 작품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그가 은퇴 선언을 번복해주길 바라는 팬들이 아직 많다. 타란티노는 정말로 열 편의 영화를 만들고 영화계를 떠날까.

쿠엔틴 타란티노

2016년 11월, 그는 은퇴 계획에 대해 다시 언급했다. “내게 두 개의 영화만이 남았다는 사실에 매우 신중해지고 흥분된다”며 “지난 4년간 1970년대에 관한 아주 풍부한 조사를 했고 논픽션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건 책이 될 수도 있고,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팟캐스트로 만들 수도 있다”는 언급을 덧붙이며, 단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한 명의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편 지난해 말, 타란티노의 <스타트렉> 시리즈의 연출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오며 청불 <스타트렉 4>(가제)가 탄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마블의 드라마 시리즈를 연출했던 S. J. 클락슨 감독이 <스타트렉 4>의 메가폰을 잡기로 하면서, 다시 타란티노의 마지막 영화의 향방은 묘연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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