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무비에 함께할 ‘뻔’했던 감독 6인
2018-06-11
글 : 심미성 (인턴기자) |
히어로 무비에 함께할 ‘뻔’했던 감독 6인

창작에 대한 입장 차는 감독들이 스튜디오 중심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떠나게 만든 결정적 요소였다. 할리우드 다수의 유명 감독들이 히어로 무비와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스토리와 톤을 둘러싼 스튜디오와의 갈등은 빈번했고, 그 충돌은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했다. 해외 매체 <인디와이어>는 슈퍼 히어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릴 뻔했던 감독들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그 가운데 국내 관객들이 궁금해할 6인의 감독과 일화를 소개한다.



벤 애플렉
<더 배트맨>(가제)



(왼쪽부터) 벤 애플렉 / 배트맨 수트를 착용한 벤 애플렉.


벤 애플렉은 DC 코믹스의 리부트 시리즈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 배트맨/브루스 웨인으로 첫 출연을 한 이후, 배트맨 솔로 영화의 감독직까지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애플렉은 2017년 1월, 감독직을 사임하면서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로 알려진 벤 애플렉에게 연출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렉은 연기뿐만 아니라 영화의 기획, 각본, 연출을 도맡았던 적이 여러 차례 있다. 1998년 각종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거머쥔 구스 반 산트의 <굿 윌 헌팅>(1997)이 벤 애플렉과 절친 맷 데이먼의 공동 시나리오라는 점은 비교적 알려진 사실이다. 연출작으로는 <가라, 아이야, 가라>(2007), <타운>(2010), <아르고>(2012), <리브 바이 나이트>(2016)가 있으며, <저스티스 리그>(2017)에서는 기획을 담당하기도 했다. <아르고>는 벤 애플렉에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조지 밀러
<저스티스 리그>



(왼쪽부터) 조지 밀러 감독 / <저스티스 리그> 포스터


DC판 어벤져스, <저스티스 리그> 프로젝트의 연출에 <매드 맥스> 시리즈의 감독 조지 밀러가 내정돼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캐스팅 단계까지 마쳤으나 무산됐다. 지적 재산권의 낮은 보장으로 촉발한 2007-2008년 미국작가협회의 장기 파업의 여파였다. 영화는 촬영 직전 무산됐고, 조지 밀러는 이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떠났다. 향후, 시리즈 전편을 감독했던 잭 스나이더가 <저스티스 리그>를 연출하게 됐다. 그러나 2017년 5월 22일, 잭 스나이더는 딸의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사유로 하차했고, 조스 웨던이 바통을 이어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마감한 <저스티스 리그>의 결과에 조지 밀러 감독의 하차를 아쉬워한 팬들도 상당했다. 2015년 발표한 조지 밀러의 신작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상업적·비평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뤄지지 못한 캐스팅이지만 상상만이라도 해보자. 조지 밀러의 캐스팅은 배트맨 역에 아미 해머, 슈퍼맨 역에 D. J. 코트로나, 원더 우먼 역에 메건 게일, 그린 랜턴 역에 커먼, 플래시 역에 아담 브로디, 아쿠아맨 역에 산티아고 카브렐라, 그리고 탈리아 알 굴 역에 테레사 팔머였다.



팀 버튼
<슈퍼맨 라이브스>(가제)



(왼쪽부터) 팀 버튼 감독 / 슈퍼맨 수트를 착용한 니콜라스 케이지.


기괴한 동화적 연출로 팬덤이 두터운 팀 버튼 감독은 슈퍼맨의 새 시리즈인 <슈퍼맨 라이브스>를 연출하기로 했었다. 이미 80~90년대의 <배트맨>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는 팀 버튼 감독이 슈퍼맨 영화를 만들기로 하자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놀랍게도 당시 슈퍼맨 역할에 캐스팅 된 배우는 니콜라스 케이지. 영화는 그의 체격에 맞춘 슈퍼맨 코스튬까지 제작하며 박차를 가했고, 슈퍼맨의 연인인 로이스 레인 역할은 미드 <프렌즈>로 주가를 올리던 커트니 콕스가 예정돼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배트맨도 함께 등장해 슈퍼맨과 대결을 벌일 예정이었는데, 마이클 키튼이 물망에 올랐다. 또, 메인 빌런인 브레이니악의 후보에 짐 캐리와 게리 올드만이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야심찬 기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히어로 영화의 실적 부진과 예산 문제 등에 휩싸이며 촬영 3주 전 제작이 중단된다. 이후 시나리오를 둘러 싸고 감독과 스튜디오 사이에 대립이 계속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팀 버튼의 슈퍼맨 영화는 영영 볼 수 없게 됐다.



에드가 라이트
<앤트맨>



(왼쪽부터) 에드가 라이트 감독 / <앤트맨> 포스터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 <베이비 드라이버>(2017) 등 유쾌한 전개와 리드미컬한 편집이 특징적인 에드가 라이트도 마블 감독의 대열에 합류할 뻔 했다. 에드가 라이트와 시나리오 작가 조 카니시는 2003년부터 <앤트맨> 개발에 착수했지만, 2013년 5월 이들은 촬영을 몇 주 앞두고 프로젝트를 함께 떠났다.



에드가 라이트는 “마블사는 에드가 라이트의 영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앤트맨>의 창작의 방향을 두고 감독 및 작가와 마블 스튜디오 간 이견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후, 마블 측이 에드가 라이트와 조 카니시의 공동작업에 지나친 간섭을 했다는 말이 나왔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에드가 라이트가 다른 영화 촬영 일정을 계기로 <앤트맨>의 제작 연기를 요청했고, 양측의 합의하에 그 동안 각본이 수정됐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에드가 라이트는 만들려던 작품과 다르다며 하차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맨>(2015)은 <브링 잇 온>(2000)과 <예스 맨>(2008) 등을 연출한 페이튼 리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페이튼 리드는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앤트맨과 와스프>(2018)의 연출도 담당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닥터 스트레인지>



(왼쪽부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매니악한 다크 판타지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가 그려낼 히어로 무비도 기대를 모았다. 그래픽 노블계의 뛰어난 이야기꾼인 닐 게이먼이 델 토로 감독과 <닥터 스트레인지>를 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 이는 실제로 이뤄질 뻔했다. 2005년 <닥터 스트레인지>의 영화화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합류해 닐 게이먼과 각색 작업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고심하는 이 두 사람의 아이디어에 정작 마블이 관심 갖지 않았던 것. 마블 측은 두 사람의 비전이 관객들의 취향과 맞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여기서 마블이 감독의 창작욕구를 너무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닐 게이먼은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당시에 너무 바빴다. 그는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델 토로 감독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과 <퍼시픽 림: 업라이징>(2018)으로 관객들과 성공적으로 만났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더 울버린>



(왼쪽부터)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 <더 울버린> 포스터


<더 레슬러>(2008), <블랙 스완>(2010)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울버린>의 속편을 만들기로 예정돼 있었다. <천년을 흐르는 사랑>(2007) 이후 배우 휴 잭맨과의 두 번째 협업으로 기대감과 열정을 드러내왔으나 하차했다. 이유는 감독의 개인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로노프스키는 성명서를 통해 “영화의 배경인 일본에서 1년 가까이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데, 가족들과 그렇게 오랜 기간 떨어져있기 힘든 상황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시 2010년 배우 레이첼 와이즈와의 결혼 생활을 종결 짓고 아이의 양육권 문제에 놓여있었다.



결국 <울버린>의 속편은 <처음 만나는 자유>(1999), <아이덴티티>(2003)를 연출한 감독 제임스 맨골드가 맡아 진행하게 됐고 그는 <울버린>의 마지막 시리즈인 <로건>(2017)까지 연출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울버린>의 속편 <더 울버린>(2013)이 공개된 뒤, 당시 감독직을 하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동시에 맨골드의 결과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