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를 이용한 영화 평점 조작의 실체…, 영화 평점 및 공감 수 조작 이루어져
2018-07-06
글 : 김성훈 | 글 : 김완 (<한겨레> 탐사팀 기자) |
매크로를 이용한 영화 평점 조작의 실체…, 영화 평점 및 공감 수 조작 이루어져
ⓒGetty Image Bank

입소문이 중요하다. 영화사나 영화 홍보 대행사가 댓글 아르바이트니 리뷰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매크로라는 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이 나타나면서부터 포털 사이트 공간에서 마케팅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다. 영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사이트의 영화 평점을 조작한 정황을 <한겨레> 탐사팀과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취재했다. 이 기사를 보고 더 많은 ‘매크로’ 영화 평점 조작 사례를 아는 독자는 김성훈 기자(pepsi@cine21.com) 메일로 제보를 부탁드린다.



“지금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영화계도 다 썼어요. 안 쓸 수가 없어요, 그거를. 안 쓰면(영화가 포털 사이트) 상단에 올라가질 않으니까. (웃음)”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팀’(이하 특검팀)이 드루킹과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등이 지난해 대선을 전후로 벌인 불법 여론 조작 진상을 수사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을 포함한 각종 선거운동 기간에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에 댓글을 다는 등 불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에서도 지난해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영화 평점 조작을 시도 및 실행한 정황이 나왔다. 영화관계자가 가족이나 동료 직원 아이디 몇개를 이용해 영화를 홍보하는 댓글을 달거나 높은 평점을 다는 시도는 영화계에서 그간 쉬쉬해왔던 일이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이 영화 홍보에 이용됐다는 정황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홍보 위해 '좋아요' 누른다 VS 경쟁작의 평점 깎는다



한 온라인 마케팅 및 모니터링 관계자 ㄱ씨는 “지난해 개봉했던 한 영화에 ‘언더 바이럴’(온라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영화를 포털 사이트 상단에 올려놓거나 댓글이나 평점을 작성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편집자) 업체를 연결해주었다”고 밝혔다. <씨네21>이 확인한 결과 ㄱ씨는 현재 영화 온라인 마케팅 및 모니터링 업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의 언더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있는 이 업체는 중국에서 네이버 아이디를 백개 단위로 사온다고 한다. 여러 매체가 이미 보도했듯이 중국과 국내에 네이버 아이디를 생성하는 공장이 여럿 있다. 전문 툴(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같은 해외에서도 전화번호를 통해 본인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까닭에 해외 아이피로 접속해 네이버 아이디를 대량 생성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도 한다. ㄱ씨는 “드루킹 사건 전에는 네이버 메인 화면에 네이버 아이디 구매를 검색하면 80여개의 업체가 떴다(7월 4일 현재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업체 정보가 전혀 뜨지 않는다.-편집자). 네이버 카페 같은 곳에서도 네이버 아이디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 언더 바이럴 업체는 사전에 네이버 아이디 400~500개를 준비해 ‘좋아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평점을 올리는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한 아이디 전부 매크로 작업하는 데 쓴 건 아니다. 영화 온라인 마케팅사와 함께 댓글이 달리는 반응을 보다가 ‘악플’이나 비호감 반응이 너무 많으면 공감 수를 조금씩 늘리는 식으로 활용했다”는 게 ㄱ씨의 얘기다. 매크로 프로그램에 돌릴 네이버 아이디를 준비하더라도 “네이버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4시간마다 아이디(가 진짜인지, 보안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수하고 있어 매크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4시간밖에 되지 않고, 준비한 아이디를 한꺼번에 투입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씨네21> 확인 결과, 이 영화를 제작한 제작자 ㄴ씨는 “처음 듣는 얘기다. 제작자가 마케팅 과정을 전부 알 수 없지 않나”라며 “우리 영화는 사전 시사 반응이 좋았던 까닭에 그런(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평점 조작) 게 전혀 필요 없었다. 왜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영화를 배급한 모 투자·배급사 홍보팀장 ㄷ씨 또한 “영화계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이 쓰이는지 처음 알았다. 우리 영화는 매크로를 쓰고 안 쓰고를 떠나 사전 시사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전혀 필요가 없었다”고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하지만 <씨네21>이 지난 두달 넘게 취재한 결과, 영화 평점 및 공감수 조작이 온라인 마케팅 과정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투자·배급사의 마케팅팀이나 제작사가 평점 조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영화 홍보사나 온라인 마케팅사를 통해 언더 바이럴 업체를 고용한다. 이때 언더 바이럴 업체에 “네이버 아이디 몇개를 (조작)해달라” 같은 식으로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에서도 투자·배급사나 제작사(혹은 이들과 계약한 홍보사나 온라인 마케팅사)는 절대 회사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지 않는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직원의 개인 계좌를 이용한다. 투자·배급사나 제작사는 평점 조작 여부를 모를 수가 없지만 이들이 언더 바이럴 업체를 고용하라고 지시를 내렸는지는 증거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언더 바이럴 업체들이 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사들이는 네이버 아이디는 적게는 300개, 많게는 500개 선이다. 네이버 아이디들은 영화와 관련된 정보들을 포털 사이트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해 영화 제목을 검색하고, 평점을 올리며, 공감에 ‘좋아요’를 누른다. 또 블로그 마케팅을 시도하는 영화라면 영화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블로그를 네이버 상단에 위치한 다섯개 블로그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방문자 수를 늘리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보통 이 작업은 영화 개봉 2~3주부터 개봉 첫주까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영화 마케터 ㄹ씨는 “네이버 아이디를 사들였다고 곧바로 매크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다. 상황을 지켜본 뒤 쓸지 말지 결정한다”라며 “주로 개봉 첫주 관객 반응을 봐가며 평균 평점 7점을 유지하는 데 활용한다. 최근엔 영화를 관람하고 실망해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을 집중적으로 다는 관객이 늘어난 탓에 평균 평점 7점을 유지하기 위해 평점 10점을 많이 단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크로 작업을 통한 평점 조작은 영화를 홍보하는 데 쓰일 뿐이지 개봉 시기가 비슷한 경쟁작의 평점을 깎아내리거나 악플을 다는 데 활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ㄱ씨는 “매크로를 활용해 자신의 영화에 ‘좋아요’를 누르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경쟁작을 깎아내리면 경쟁작 관계자나 네이버로부터 발각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내가 아는 온라인 마케팅사들은 타사 영화에 대한 매크로 작업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ㄱ씨의 말과 반대로 매크로 작업을 통한 평점 테러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지난해 여름 시장에 개봉했던 <군함도>는 개봉 첫주에만 네티즌 평점이 무려 1만399개(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 집계)나 달렸다. 역대 최다 관객 동원작 <명량>(2014)의 3배, <부산행>(2016), <설국열차>(2013) 같은 흥행작의 2배에 해당되는 숫자다. 개봉 첫주 달린 1만399개 네티즌 평점 중에서 관람객·평론가 평점보다 낮았던 네티즌 평점은 개봉일인 7월26일과 그다음날인 27일 이틀 동안 58%로 집중됐다. 특히 평점 1점은 개봉 첫날 4054개(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 집계)로 시작해 둘쨋날 5440개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가 첫주 주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군함도> 네이버 영화 평점 5만여개 가운데 평점 1점이 무려 40%가 넘는다. 당시 영화를 홍보한 마케터 ㅁ씨는 “개봉 첫날부터 1점들이 달리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평점 1점이 그토록 많이 달린 이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마땅한 대비책도 없었다.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황만으로 판단 어렵다는 반론



더욱 이상한 건 네티즌 평점 1점이 개봉 첫날인 7월 26일 새벽 4~5시까지 한 시간 동안 500~1천여개가 집중적으로 달렸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매크로 조작이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면 1천여명이 <군함도>가 개봉하기도 전에, 남들 다 자는 시간대에 일어나거나 새벽4시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점 1점을 달았다는 얘기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상황인가. 직접 만난 한 매크로 전문가는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된다. 그 아이디로 네이버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까지 연동이 가능하다”라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아이디는 그냥 만들어낼 수 있다. 메일 인증만 하면 되기 때문에 해외 계정 메일로 아이디를 만든 뒤 매크로 작업을 하면 되니까”라며 <군함도>에 대거 집중된 평점 1점이 매크로 작업일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크로 작업이 <군함도>에 작동됐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군함도>에 대거 달린 평점 1점들은 보통 영화보다 큰 논란으로 인한 결과물이라는 얘기도 있다. ㄱ씨는 “다른 흥행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군함도>에 유독 평점 1점을 포함한 네티즌 평점이 많이 달린 건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이 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황만 놓고 매크로를 이용한 조작이라고 보기엔 성급하다”고 말했다. ㅁ씨 또한 “<군함도> 논란과 연쇄적으로 달린 평점 1점은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아직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증거나 증언이 나오지 않는 이상 (매크로 조작을) 단정지을 수 없다”고 전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평점과 관객 반응을 조작했다는 언더 바이럴 업체와 여러 영화 마케터들의 증언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화 마케터들이나 홍보사들 상당수가 여전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한번도 사용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 영화 마케터 ㅂ씨는 “영화 산업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관객의 반응을 조작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산업과 달리 영화는 하루에 수백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오가는데, 댓글 몇개를 조작한다고 해서 흥행이 안 되는 영화를 갑자기 잘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마케터 ㅅ씨 또한 “평점을 조작하는 일이 불법인데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마케터 누가 그 리스크를 감당하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나”라며 “영화 홍보대행사 또한 한 회사 영화만 일하는 게 아니지 않나. 모든 회사와 일을 하는 상황에서 그런 불법적인 일을 꾸민다? 추론은 가능해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매크로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씨네21>로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영화 평점 조작 얘기를 들은 네이버측은 “정확하고 신뢰성 높은 평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영화 평점 운영 원칙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네이버 영화는 “영화에 대한 이용자 의견을 존중하고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용자 참여형 평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관람객 평점은 네이버 영화에서 영화를 예매한 이용자가 직접 등록하는 평점으로, 보다 신뢰도 높은 평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관람객 평점 외에도 전문가인 기자와 평론가 평점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영화 평점 서비스에 대한 운영 원칙도 알렸다. 아이디 1개당 영화 한편에 개봉 전후 평점을 각각 1개씩 등록 가능하고, 개봉 후에는 개봉 후 평점/관람객 평점 중 1개만 작성이 가능하도록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관람객 평점은 네이버 영화를 통해 예매해 관람한 경우에 한해 등록 가능하다. 어뷰징의 경우, 한 아이디로 다중 계정을 조작하는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모니터링을 통해 여러 패턴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네티즌 리뷰의 경우, 운영원칙에 어긋나는 게시물(현행법, 공공질서 위반 및 서비스 성격에 어긋나는 것 등)로 판단되면 제재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가 아이디를 엄격하게 검수하고 있지만, 직접 만난 매크로 전문가들은 여전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작이 어렵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저예산영화에 불리한, 기울어진 경기장



어쨌거나 영화계는 크게 두 가지 반응이다. 하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영화 평점 조작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반문하는 반응이고, 또 하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평점 조작을 알고도 눈 감아온 것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다. 많은 영화인들의 말대로 영화 평점 조작이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처럼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범죄로까진 보기 힘들다. 하지만 흥행을 위해 관객의 영화 관람 기준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조작한 데 대한 비난은 쉽게 피해가기 어려울 듯하다. 한 영화 제작자는 “그동안 댓글, 리뷰, 평점 아르바이트 같은 여러 조작들을 알고도 묵인해왔다”며 “매크로를 이용한 평점 조작은 관객이 영화를 고르는 기준을 흐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고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매크로 프로그램도 돈이 있어야 돌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점에서 이번 평점 조작은 영화계의 부익부 빈익빈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며 “독립영화를 포함한 저예산영화들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평점 조작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당분간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영화 평점 조작이 잠잠할지도 모르겠으나, 법적 제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완전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전에 영화계의 심각한 문제 인식과 자정작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도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