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비트윈 랜드 앤 씨> 서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2018-08-08
글 : 송경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는 충고를 종종 듣곤 하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비트윈 랜드 앤 씨>는 아일랜드 서쪽 클레어주의 라힌치에 서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저 서핑이 좋아서 모여든 이들은 바다와 땅 사이, 취미와 일 사이를 오가며 삶의 만족과 행복을 찾아 나선다. 한때 프로 서퍼였던 이는 현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유기물 농작물을 기르고 있고 서핑을 통해 만난 커플은 좋아하는 일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소박한 삶을 택한다. 이들은 라힌치를 서퍼들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학교를 만들고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골프 산업으로 지탱되던 라힌치는 전세계 서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서핑 사업의 규모를 늘리는 중이다. <비트윈 랜드 앤 씨>는 서퍼들이 서핑을 삶의 일부로 녹여내고 즐기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누군가에겐 그저 잠시 즐겼다가 빠져나오는 취미에 머물지만 이들에게 서핑은 “꿈이 삶이 되고, 삶이 다시 꿈을 꾸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다. 영화는 이들의 멋진 서핑과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목적과 수단을 일치시키기 위해 이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포착한다. 비생산활동을 어떻게 생산활동으로 전환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래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나아가는 이야기. 쓸모없는 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게 곧 쓸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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