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인간의 music]
[마감인간의 music] 로직 , 어떤 솔직함
2018-08-09
글 : 김봉현 (음악비평가)

로직은 ‘평화, 사랑, 긍정’을 상징하는 래퍼다. 대표곡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800-273-8255>는 미국자살방지협회의 전화번호를 제목으로 내걸었다. 이 노래는 많은 지지와 찬사를 얻어내며 2017년 최고의 화제곡이 되었다. <Black Spiderman> 역시 마찬가지다. 이 노래에서 로직은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모두는 모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외친다.

로직의 이런 면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Flexicution>은 당황스러운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Flexicution>은 ‘Flex’(뽐내기)와 ‘Execution’(집행)의 합성어다. 로직은 이 노래에서 이렇게 랩한다. “내가 이 게임을 이끌지, 너흰 옆에서 구경이나 해/ 사람들은 말해 ‘로직, 넌 너무 겸손해’/ 엿 먹어, 내가 죽여놓겠어.” 다음은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로직이 뱉은 멘트다. “겸손한 삶을 사는 것도 물론 좋지. 하지만 때로는 뽐낼 줄도 알아야 해.”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1-800-273-8255>만 알던 사람에게 <Flexicution>을 들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로직을 싫어하게 될까? 비슷한 맥락에서 만약 김하온이 슈퍼비 같은 노래를 발표한다면 김하온을 기특하게 여기던 그 많은 사람들은 등을 돌릴까? 둘 다 똑같이 ‘진실한’ 감정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의 다양한 감정 중 하나일 뿐임을 말이다. 우리는 감정에 좀더 관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