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극한직업> 마약반이 위장 운영하는 치킨집
2019-01-23
글 : 김성훈

범인 잡는 모양새가 영 어설퍼서 마약반은커녕 대학 동아리 같다. 마포경찰서 마약반은 하나같이 어리바리해 보이는 형사 5명으로 구성됐다. 고 반장(류승룡)은 서장(김의성)한테 깨지랴, 아내 눈치 보랴 마음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장 형사(이하늬)는 욕을 잘하고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편이다. 장 형사와 티격태격하는 마 형사(진선규)는 수원 왕갈비집 아들로 손맛이 좋다. 영호(이동휘)는 앞의 셋보다 훨씬 진지하고 성실한 형사다. 재훈(공명)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갈 만큼 의욕이 넘치는 막내 형사다. 고 반장은 국제 마약 범죄조직이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24시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죄조직 사무실의 맞은편에 있는 허름한 치킨집을 인수한다. 마 형사가 수원왕갈비집 아들 특유의 손맛을 발휘하는 바람에 마약반이 위장 운영하는 치킨집은 졸지에 맛집으로 소문난다.

경찰 마약반이 마약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치킨집을 여는 과정이 눈물겹다. 파리만 날리는 동네 치킨집을 인수하고, 인수 자금을 힘겹게 조달하며, 라면 말고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어 보이는 형사 5명이 치킨 메뉴를 개발하는 데다가 일약 맛집으로 소문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만화 같다. 영화는 이처럼 비현실적인 설정에서 출발했지만 서사를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데 공을 들인다(모든 장르의 영화는 설정이 현실적일 필요는 없다). 과장과 억지 없이도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리얼리티를 차곡차곡 쌓아가려는 감독의 성실한 연출 덕분이다.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 마약반 형사를 연기한 배우들이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웃기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면서 <극한직업>은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의 애환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8) 등 코미디영화를 연출해온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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