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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킹덤>, 조선시대의 좀비들
2019-02-12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이동속도가 시속 12km는 됨직한 조선형 좀비는 굶주림을 동력으로 달린다. 조선인들이 좀비라는 말을 쓸 리가 없으니 이를 어떻게 부르는지도 궁금했다. 의녀 서비(배두나)는 동래 지율헌에서 벌어진 참상을 왕세자 창(주지훈)에게 전한다. “죽은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서 살아났습니다.” 처음 ‘괴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전, 서비는 사람이었으되 더는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기이한 존재를 뭐라고 설명할지 생각하듯 잠깐의 사이를 둔다. 전염과 변이의 습성이 알려지면서 괴물은 ‘귀신들린 역병’이나 ‘역병 환자’ 등으로 파악된다. 누군가에겐 아직 ‘왕’이어야 하고, 여전히 ‘아들’이며 ‘양반’ 취급을 받기도 한다. <킹덤>이 그린 조선의 좀비다.

조선시대 배경에 좀비를 이식하듯, 플랫폼의 형식에 맞는 극본을 기대했다. 인용한 서비의 대사는 외국어로 번역해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 신체 언어를 덧입힌 경우지만 전반적으로 아무 정보가 더해지지 않는 불필요한 대사가 많다. 좀비 떼를 막다가 아침을 맞은 이들이 해가 뜨는 곳에 시선을 두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도 “해입니다. 해가 떴습니다. 저하”라고 익위사가 반복해서 말한다거나, 문틈으로 좀비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굳이 또 도망치고 있다고 중계방송을 하는 식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 화면에만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운 시청 환경을 고려하는 한국 드라마라도, 일시중지를 누르고 다른 프로그램에 밀려날 수 있는 넷플릭스 환경에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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