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
<유령을 잡아라>, 매일의 지하철에서
2019-11-19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공무원을 지하철경찰대, 줄여서 ‘지경대’라고 부른다. 여느 형사들처럼 사복 차림으로 잠복근무를 해도 통신수단은 경찰무전이 아닌 ‘카톡’이다. tvN <유령을 잡아라>의 지경대 수사1반 고지석 반장(김선호)은 멋쩍게 말한다. “순찰차 없어요. 우린 지하철 타요.”

서울 시민 열명 중 여덟명이 하루에 한번은 지하철을 이용한다. 이동수단으로 보자면 아홉개 노선과 환승역을 간략화한 노선도 한장으로 이해는 충분하지만, 제작진은 지하철의 본래 스케일과 그곳을 일터로 삼는 사람들을 되살리려 애쓴다. 지하철 광고판 틈새에 꽂힌 대부업자의 명함, 노인택배 노동자, 유행가 CD를 파는 이동행상, 지하철 분식집이며 땡처리 매장 사람들도 극의 중요한 요소다. 역사 내 동선과 승강기 위치를 비롯해 각종 지형지물을 3D 투시도처럼 떠올리는 신참 형사 유령(문근영)은 지체 없이 돌진하는 인물이다.

극중 지하철 연쇄살인사건을 다룰 때도 주목하는 쪽은 공간이다. 역사 내 CCTV와 개찰구 출입기록이 남는 지하철은 범죄현장으로 보면 일종의 밀실이나 다름없다. 자취 없는 살인사건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파고드는 터라, 연쇄살인범의 심리나 개인사에 시간을 할애하는 드라마와는 분명 분위기가 다르다. 많은 수사물들이 연쇄살인범의 장광설에 웅장한 클래식을 깔아왔다면, <유령을 잡아라>는 지하철 행상의 손수레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가락을 눈물 빼는 신파의 배경음악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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