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 언어와 인종, 국가와 시간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한 힘
2020-03-31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1961년 설립된 ‘프리저베이션 홀’은 뉴올리언스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보길 원하는, 살아 있는 기념품 같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그곳 재즈밴드의 리더인 벤 재프를 중심으로, 잼 세션 멤버들과 그의 쿠바 여행을 따라서 진행된다. 뉴올리언스 재즈는 쿠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벤의 아버지이자 홀의 창립자인 앨런 재프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쿠바에 가는 것’이었다. 50년 넘게 이어진 통상 금지령 탓에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숨졌다. 뉴올리언스 재즈의 뿌리에 대한 물음표라는 아버지의 유지에 이끌린 2주간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된다. 언어와 인종, 국가와 시간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한 힘이 그 과정에서 드러난다. 마침내 일행이 뉴올리언스로 돌아오는 순간, 그간의 성과는 화합의 이미지가 된다. ‘모두를 잇는 다리’가 되는 재즈의 순수한 역량이 빛을 발한다.

뮤직비디오 편집자로 알려진 T. G. 헤링턴과 유명 사진작가 대니 클린치가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두 감독의 장점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영화 속 이미지 면면이 정교하고 세련됐다. 공간을 그리는 방식은 리드미컬하고, 시민들의 얼굴을 포착하는 순간은 가히 감각적이다. 내러티브의 변곡점에서도 이미지와 음악은 동일한 질감으로 병치된다. 그 덕에 관객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 재즈 애호가에게도 일반 관객에게도 만족스러울 기록적인 음악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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