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판소리의 재해석 - 이날치 <수궁가>
2020-06-25
글 : 이수정 (잔다리페스타 사무국장)

토끼와 거북이. 우리가 아는 그 이야기가 맞다. 자라가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가지만 토끼가 꾀를 내어 도망친다는 얘기. 일반적으로 이 이야기는 <수궁가>라고 하는 판소리의 한 바탕으로 전해지는데, 전부 다 노래하려면 서너 시간은 걸린다. 이렇게 긴 음악이니, 책 한권도 제대로 못 끝내는 현대인에게 <수궁가>의 참맛인 이야기의 디테일을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와중에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는 정규앨범 《수궁가》를 발표해 디테일에 주목하게 만든다. 판소리 <수궁가> 중 10개 대목을 골라 요새 노래로 만들었는데, 쉬이 접할 수 없는 판소리에서 놓쳤던 재미들이 100년사를 거친 각종 대중음악 장르의 옷을 입고서 다시 귀로 쏙쏙 들어온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범 내려온다>는 지난해 9월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통해 소개된 후 조회수 150만회를 넘을 정도로 무섭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수궁가>에 웬 범이 등장하지? 좀더 살펴보니 ‘이게 사실은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뭍으로 간 자라가 팔다리가 짧아 긴 목을 이용해서 턱으로 찍으며 산을 오르다가, 마침 토끼를 보고서는 ‘토 선생~’이라고 부른다는 게 턱에 힘이 빠져 ‘호 선생~’이라고 불러버리니 근처에 있던 호랑이가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기분이 한껏 들떠 성큼성큼 산에서 내려온다‘라는 <수궁가>의 깨알 같은 맥락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 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장영규 감독이 총프로듀싱한 이날치의 《수궁가》는 플롯과 장면을 청각화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과 어우러진다. 동화에서는 빠진 스토리, 그러니까 토끼가 뭍으로 도망친 후에 관한 이야기도 이날치의 《수궁가》에서는 <의사줌치>를 통해 드러난다. 지나가던 독수리가 토끼의‘대글빡’을 ‘후닥 딱 탁 툭’ 갈기는 장면과 ‘궁기(구멍)에서 뼝아리 새끼가 일천 오백마리 나온다’는 토끼의 트위터스러운 과장이 팝콘을 튀기고 싶게 만드는데, 수록된 11곡이 모두 이런 재미를 갖고 있으니 자칫 잘못하다가는 앨범이 통째로 ‘수능 금지곡’이 될 판이다.

PLAYLIST++

로살리아 <Malamente>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로살리아’는 음악학교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은 플라멩코 가수다. 2018년 발표한 <Malamente>는 플라멩코 창법과 16세기 고전소설의 내용을 가지고 팝의 언어와 비주얼 아트를 통해 전통을 현대로 완벽히 전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를 세계적 아티스트로 만들었다.

조르자 스미스 <Rose Rouge>

애시드 재즈의 장인, 생 제르맹의 대표곡 <Rose Rouge>가 블루노트의 새 프로젝트 ‘Blue Note Re:imagined’를 통해 영국의 신예 스타 조르자 스미스의 목소리로 리메이크되었다. 조르자 스미스를 시작으로 영국 신에서 떠오르는 16명의 신인 뮤지션들이 블루노트와 함께 만들어내는 이 프로젝트는 오는 9월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