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청각의 멜팅 팟 - 크루앙빈<Mordechai>
2020-07-23
글 : 이수정 (잔다리페스타 사무국장)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음악이 삽입되면서 한국에서 인기가 급상승한 미국 밴드 크루앙빈. 2018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내한했으며 이듬해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단독공연을 매진시켰다. 이제 한국에서도 20, 30대를 중심으로 팝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밴드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크루앙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많다. 파보면 파볼수록 흥미로운 정보들로 넘쳐나는데 말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밴드 이름인크루앙빈(실제로는 ‘크룽빈’이라고 발음한다)은 비행기를 뜻하는 태국어 ‘เครื่องบิน’ 에서 나왔다. 드러머인 도널드 디제이 존슨과 기타리스트인 마크 스피어가 텍사스 휴스턴의 한 교회 가스펠 밴드에서 만난 게 팀의 시작이다. 베이시스트인 로라 리가 합류하며 크루앙빈이 완성됐다. 크루앙빈의 매력은 음악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의상에서 진짜 멋이 폭발한다. 로라 리는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그레이스 존스와 같은 위대한 뮤지션들의 무대의상을 보며,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는 옷을 입으리라고 다짐했단다. 디스코와 사이키델리아가 어지럽게 뒤섞인 화려한 코스튬과 더불어 마크 스피어와 로라 리의 쌍둥이 같은 가발은 크루앙빈의 무대에서 오히려 음악보다 더 강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곡 대부분은 로라 리가 쓰는데,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음악을 넘어 남미와 카리브해의 리듬과 선율이 넘실대기도 한다. 멕시코인 할아버지를 둔 덕분이다. 지난 음반들과 마찬가지로 휴스턴 한 시골의 헛간에서 녹음을 마친 신보 《Mordechai》에서도 태국의 몰람과 소말리아의 디스코, 페루의 룸바 리듬이 브러시로 스친 듯 덧칠되며 심플하고도 이국적인 크루앙빈만의 낭만과 감성을 경험하게 한다. 장르도, 인종도, 문화도 모두 녹여버린 청각의 멜팅 팟인 셈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듣기가 좋고, 해가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듣기가 좋은 크루앙빈의 노래들. 월드뮤직의 프레임에 갇힌 세상의 멜로디와 리듬이 자유로운 미국 남부 출신 밴드의 검은 가발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PLAYLIST+ +

폴로 앤드 판 《Feel Good》

프랑스 파리 출신의 2인조 프로듀서 폴로 앤드 판. 브라질, 아프리카, 프랑스의 옛 노래들마저 기분좋은 트로피컬 사운드로 변신시킨다. 산과 바다가 맞닿은 곳, 그래서 숲 소리와 새소리와 파도 소리가 함께 출렁거리는 해변에 어울리는 신보 《Feel Good》을 들으며 저세상 휴가를 계획해본다.

텐거 <Achime>

일본인 프로듀서 마르키도(Marquido)와 한국인 있다(Itta), 그리고 그들의 아이인 라아이(Raai)까지,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을 향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다. 한국과 일본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앰비언트 사운드에 독일 크라우트록이 묻어나는 이들의 드론(drone) 음악, 경계가 없는 편안한 관념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듣는 이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