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영국식 냉소와 21세기 펑크록 - 아이들스 《Model Village》
2020-09-24
글 : 이수정 (잔다리페스타 사무국장)

펑크록은 죽은 것같이 보였다. 기분 좋게 달콤하거나 관념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의 노래들이 매끈한 질감으로 팝과 힙합과 전자음악이라는 장르를 입고 대중과 더욱 가깝게 교감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2017년, 영국의 하드코어 펑크록 밴드 아이들스가 등장한 후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모습으로 침을 튀기고 분노하며 고함을 쳤다. ‘너는 왜 직장이 없니?/ 너는 왜 상장이 없니?/ 너는 왜 학위가 없니?/ 너는 왜 축구를 안 좋아하니?/ 잘한다 잘해’라는, 영국인 특유의 이중적이고 냉소적인 조롱이 담긴 노래<Well Done>을 타이틀로 발매한 데뷔 앨범 《Brutalism》은 거칠고 야성적인 펑크록의 당당한 귀환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이후 아이들스는 연간 190회가 넘는 공연(그러니까 이틀에 한번씩 무대에 선 셈이다)으로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밴드가 되었다. 2018년에 발매한 두 번째 음반 《Joy as an Act of Resistance》는 영국 음반 차트 5위에 올랐으며 이듬해엔 브릿 어워즈 후보로도 지정되며 지금 시대 펑크록을 대표하는 밴드로 성장했다.

아이들스의 성공은 이전 펑크록이 갖고 있던 순진한 분노와 수습되지 않는 야생성과는 조금다르다. 올해 9월 말에 발매되는 정식 앨범 《Ultra Mono》 전에 EP 《Model Village》가 먼저 공개되었는데, 동명 타이틀곡에서도 백인 사회와 부자들에 대한 비판이 거칠게 이어지지만,무언가 바꿀 수 있을 듯한 선동적인 분위기가 외려 희망으로 들린다. 아이들스는 이전까지의 펑크록이 갖고 있던남성적이고 배타적인 풍조를 바꾸고 싶어 하며, 최근의 인터뷰에서 록 음악도 사랑과 동감의 정서를 담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등 지난 세기로부터 확실하게 선을 그은 새로운 음악의 모습을 제시한다. 최근 2년간 세계 곳곳에서 다시 한번, 남녀를 불문하고 에너지로 가득 찬 포스트 펑크 계열의 밴드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최전선에 바로 인간과 사회를 향한 애정이 넘치는 밴드 아이들스가 있다.

PLAYLIST+ +

폰테인 디시 <Too Real>

아이들스에 이어 펑크 신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 폰테인디시(Fontaines D.C.). 2019년 데뷔 앨범《Dogrel》이 발매되자마자 평단으로부터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명실공히 영국 록 신에서 올해의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드버튼즈 <Witch>

한국에도 아이들스와 같은 록밴드를 찾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하다’이다. 2015년 데뷔해 멤버를 재정비하며 새로운 구성으로 다시 등장한 데드버튼즈는, 지금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록의 흐름을 이곳 한국에서 가장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는 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