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송종희 분장감독이 말하는 ‘영화 분장’ - 배우에 색을 입히는 일
2021-04-19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씨네21>은 영화인을 꿈꾸는 독자들을 위해 ‘커리어’ 지면을 신설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탭들이 한국영화계의 다양한 직무를 직접 소개하는 지면이다. 지난주 류성희 미술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영화인은 송종희 분장감독이다. 최민식의 갈깃머리(<올드보이>), 이영애의 긴 헤어스타일과 스모키 화장(<친절한 금자씨>), ‘노인’ 박해일(<은교>), 김민희의 비대칭 히든 헤어(<아가씨>) 등 많은 한국영화 캐릭터가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됐다. <복수는 나의 것>부터 최근 촬영이 끝난 <헤어질 결심>까지 함께해온 박찬욱 감독을 포함해 이창동, 봉준호, 임상수, 정지우, 이해준 등 한국 최고의 감독과 작업해온 송종희 분장감독을 만났다.

-분장감독과 분장팀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아티스트로서 시나리오를 이해한 대로 캐릭터에 색을 입히거나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작품과 캐릭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그 테두리 안에서 인물이 가진 느낌이나 분위기를 감독에게 제안하고, 의견이 모아지면 배우에게 색을 입힌다. 이야기 안에서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계산해 주연부터, 조연, 보조출연자까지 모든 등장인물을 표현하는 일을 한다.

-시나리오와 인물을 분석하고, 재해석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분장감독의 아이디어는 감독이 캐릭터에 좀더 밀접하게 접근하는 데 가이드 역할을 한다.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어떤 인물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감독의 연출과 나의 해석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간다.

-분장팀은 업무 분담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분장감독인 나와 분장팀장이 한명씩 있다. 보통은 주연배우 외에 조연배우까지 4명을 기준으로 분장감독, 분장팀장, 퍼스트, 세컨드 등 총 4명으로 구성된다. 한 셋업에 10~20명가량 등장하는 신을 찍을 때는 6명 정도가 투입된다. 보통 우리 팀이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은, 내가 시나리오를 읽고 큰 테두리 안에서 맥락을 잡은 뒤 영화 속 분장 컨셉을 정한다. 이후 분장팀 전체가 1차 회의를 한다. 그때 팀원들마다 역할을 배분해 디테일하게 접근한다.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또 반영하기를 계속 반복한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나면 팀장의 주도로 인물 분장 테스트가 진행된다. 분장 테스트는 주연배우들의 얼굴을 처음 만질 수 있는 시간이자 배우들과 얼굴을 익히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라 매우 중요하다. 조연들 또한 우리 작업실에 들러 테스트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배우들이 가진 인물에 대한 생각을 듣기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촬영 현장에서 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한다.

-송종희 분장감독만의 차별점은 특수분장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밀양> <모던보이> <미쓰 홍당무> <박쥐>를 연달아 하며 승승장구하다가 2008년 밴쿠버필름스쿨에 입학해 메이크업 공부를 다시 했는데, 그때 특수분장을 공부했다. 그 이유가 뭔가.

=분장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프리프로덕션 때 머릿속으로 그려낸 이미지는 퀄리티가 매우 높은데 그걸 막상 구현하자니 여러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 분장의 기초부터 특수분장까지 공부하고 나니 이미지를 구현하는 게 가능해졌다. 분장이 작품을 해석하고 해석의 테두리 안에서 인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만들지 고민하는 작업이라면, 특수분장은 그보다 깊이 있게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인물이 상처를 받았다면 상처를 어떻게 표현할지, 나이가 들었다면 인물의 삶을 반영해 주름살을 어떻게 보여줄지 깊이 있게 그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분장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요즘은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나 아카데미가 있다. 그외에 남는 시간을 활용해 영화, 책, 그림 등을 많이 보며 자신을 채워야 한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야 한다. 어떤 성격인지, 그 성격을 표현하려면 얼굴이나 머리카락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면 언젠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를 좋아하고 촬영 현장을 즐길 줄 아는 성격이어야 한다. 스스로 현장에 꼭 필요한 사람임을 생각하면서 그 안에서 자존감을 높이며 진화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버티기 힘들다.

영화 분장 입문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색과 함께

“지난해 흥미롭게 읽은 책 <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는 색이 가진 성질과 그 색과 관련된 많은 연결고리들을 아주 흥미롭게 잘 설명하고 있다. 색과 함께 얼굴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미래의 분장 아티스트들에게 귀한 자양분이 될 것 같다.”

Filmography

2020 <보건교사 안은영> 2019 <나를 찾아줘> <봉오동 전투> 2017 <기억의 밤> <침묵> 2016 <가려진 시간> <아가씨> <싱글라이더> 2015 <차이나타운> <성난 변호사> 2014 <나의 독재자> <빅매치> <4등> 2013 <집으로 가는 길> <잉투기> 2012 <은교> 2010 <만추> 2009 <김씨표류기> <박쥐> 2008 <고고70> <미쓰 홍당무> <모던보이> 2007 <밀양> 2006 <미녀는 괴로워> <후회하지 않아> <천하장사 마돈나> <괴물> 2005 <친절한 금자씨> <안녕, 형아> 2004 <인어공주> <얼굴없는 미녀> 2003 <바람난 가족> <올드보이> 2002 <YMCA 야구단> <복수는 나의 것> <버스, 정류장> 2001 <봄날은 간다> 2000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공동경비구역 JSA> 1999 <해피엔드> 1998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1997 <접속> 1994 <남자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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