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IP 유니버스의 미래는?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넥슨에 묻다
2021-07-30
글 : 김소미

게임 IP ‘유니버스’의 구축이 게임 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사 크래프톤이 지난 7월26일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했고, 크래프톤은 자사의 인기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웹툰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게임사의 공격적 행보는 게임의 영화화 시도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난 3월, 게임사와 영화사가 손을 잡아 주목받았던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출범도 이 돌풍 속에 있다. 넥슨은 지난 7월16일, 월트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스튜디오를 거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선임했다.

게임 IP에 기반해 거대한 유니버스 구축을 진행 중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넥슨, 크래프톤을 만나 게임 IP의 쓸모와 미래를 물었다.

크래프톤, '생존' 테마 중심으로 게임 넘어서는 세계관 구축

<그라운드 제로>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서바이벌 슈팅 장르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 펍지 유니버스를 구상 중인 크래프톤은 조너선 프레이크스가 진행자로 나선 페이크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과 마동석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필두로 대중 타깃의 세계관 확장 콘텐츠에 불을 붙였다. 이성하 크래프톤 펍지 유니버스 총괄은 “펍지 유니버스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싹을 틔운 세계관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펍지 유니버스의 일부가 구현된 형태가 ‘배틀그라운드’라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생존’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라고 크래프톤의 시도가 단순 2차 창작물이나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환 형태가 아님을 강조했다.

교도소 폭동 스토리를 담은 <그라운드 제로>의 기획 단계부터 마동석의 이미지를 염두에 둔 크래프톤과, 기획·제작을 겸하는 배우 마동석의 만남은 절묘했다. 이성하 총괄은 “마동석 배우는 제작자에 가까울 정도로 의견을 주었고 감독과 스탭도 직접 꾸렸다”라고 전했다. 스토리모드가 따로 없는 생존게임인 <배틀그라운드> IP에서 점차 세계관을 구축 중인 크래프톤은 최근 <저지 드레드>(2012), <론 서바이버>(201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캐슬바니아>(2012) 등을 프로듀싱한 할리우드 제작자 아디 샨카를 애니메이션 부문 총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임명하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도 시동을 걸었다.

넥슨, 팬덤 넘어서는 대중 타깃의 콘텐츠 노린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넥슨이 신설 조직인 ‘넥슨 필름&텔레비전’(Nexon Film and Television)에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이 총괄도 겸임하도록 임명한 것은 넥슨이 보유한 대표 게임 IP와 유럽 무대를 노리는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 개발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IP 사업 확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넥슨은 유저들이 직접 나서 2차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해 참여형 IP 확장의 사례를 열긴 했지만, 이는 콘텐츠 제작을 토대로 한 IP의 사업 확장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방향이었다. 넥슨의 권용주 IP 사업팀장은 “자사가 확보하고 있는 IP의 확장을 위해 게임의 세계관을 정비하고 새로운 서사를 입히는 콘텐츠 영역까지 고민해보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8월에 선보일 넥슨의 신작 <프로젝트 HP>외에도 신규 MMORPG 게임, <Project SF2> <테일즈위버M> 등의 대형 프로젝트, 그리고 <DR> <P2> <P3> 등 독특한 게임성을 앞세운 타이틀까지 향후 넥슨 필름&텔레비전에서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될 지 기대를 모은다. 권용주 팀장은 “유니버스화를 단순히 마케팅적 접근으로 시도하면 위험할 수 있다. 게임은 특히 팬덤에 의해 성장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 게임 유저들의 공감대에 집중하기 쉽지만 유니버스화를 꾀하려면 특정 IP의 유저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적 재미와 퀄리티가 담보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철저한 현지화 통한 게임과 영화의 상생

<크로스파이어>
스마일게이트의 핵심 IP인 <크로스파이어>는 국내 기업이 오리지널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IP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특히 중국 내 인터넷 보급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2000년대 말, 스마일게이트는 현지화를 공략해 중국 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선점하고 IP 확장을 이어갔다. 2020년 중국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마 <천월화선>에 이어 할리우드의 콜롬비아 픽쳐스에선 영화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월엔 영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협약을 맺고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해 본격적인 문화 산업으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백민정 대표이사는 “<신과 함께> 시리즈는 시즌제 드라마를 목표로 기획 중인데, 리얼라이즈픽쳐스가 3개 시즌 드라마를 제작할 때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는 IP의 글로벌 확장 계획을 고민하는 식”이라며 양사의 긴밀한 시너지를 예고했다. 콜롬비아 픽쳐스와의 <크로스파이어> 영화화에 관해선 “게임 세계관 내에서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생각하고 세계관을 유지하는 선에서 다양하게 IP를 확장”할 것이라고 현지화 전략을 밝혔다.

극영화, 페이크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테마파크와 가상의 홈페이지 등 하나의 IP에서 뻗어나온 콘텐츠가 모여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유니버스’ 콘텐츠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한국 게임 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한국의 마블’이 게임 회사에서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결코 섣부른 것이 아니다. 이성하 크래프톤 펍지 유니버스 총괄, 넥슨의 권용주 IP 사업팀장,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백민정 대표이사의 인터뷰, 게임 산업이 먼저 주목한 IP 유니버스의 미래에 대한 심층 리포트는 <씨네21> 1217호 기획 ‘게임 산업이 주목하는 IP 유니버스의 미래'(송경원, 김현수 기자)를 통해 더욱 자세히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