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강릉국제영화제]
GIFF #4호 [프리뷰] 데네스 나지 감독, 내츄럴 라이트
2021-10-25
글 : 이보라 (영화평론가)

<내츄럴 라이트> Natural Light

데네스 나지 / 헝가리, 라트비아, 프랑스, 독일 / 2021년 / 103분 / 국제장편경쟁

2차 세계대전, 독일의 소련 침공에 가담한 헝가리군은 소련 일대를 점령한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을 위협해 기강을 유지하고 빨치산을 색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주인공 세메트카 또한 이 군대의 일원이다. 평범한 농부였지만 군인으로 징병된 그는 마치 전쟁통에 최적화된 사람처럼 말수도 적고 웃음기 하나 없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가 속한 중대가 다른 마을로 이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적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한다.

<내츄럴 라이트>는 전쟁의 폭력적인 생리를 드러내면서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영화다. 서사는 뚜렷한 경로를 따라가기보다 불쑥불쑥 일어나는 상황들의 여파를 짚어내는 편이다. 전쟁을 다뤘으나 스펙터클은 배제했으며, 대신 조명에 공력을 기울였다. 연신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츄럴 라이트>의 빛은 어두컴컴하게 설계됐다. 제목이 자연광을 의미하고 있음을 돌이켜보면 어쩐지 세메트카를 비롯해 이 군대를 드리운 음산한 빛이 이 세계의 기본값이라 일컫는 것 같다. 서늘하고 음울한 정조가 인상적이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