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강릉국제영화제]
GIFF #5호 [프리뷰] 부석훈 감독, '준호'
2021-10-26
글 : 김현수

<준호> Junho

부석훈 / 미국, 한국 / 2021년 / 104분 / 국제장편경쟁

연극 무대에 서는 꿈을 안고 들어간 준호의 극단 생활은 너무나 험난하다. 선배들의 혹독한 가르침 속에서 그저 조·단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자조하던 준호는 극단 대표의 성추문 사태라는 끔찍한 재앙과 마주하고 연기 생활을 포기한다. 한발 먼저 미국으로 떠나 자리 잡은 선배 창녕의 푸드 트럭에서 소일하던 그는 거대한 죄책감에 속수무책으로 무너 진다. <준호>는 연극계의 추악한 잘못을 세상에 들춰낸 미투 운동의 여파를 영화화한 부석훈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동료 배우들의 추악한 가해와 방관, 묵인에 관해 뭉툭하지만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가 용기내어 마주하려는 것은 누군가의 망가져버린 꿈이다. 준호는 끝내 진실을 외면하려는 선배 창녕에게 가해자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절규한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자신도 결국 방관자였음을 부정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주인공 준호의 처절한 몸부림이 서글프다. 그 몸짓은 기억과 경력을 도려낸 채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애쓰는 다른 극단원들의 일상으로 옮겨간다. 감히 사죄조차 할 수 없는 누군가의 통렬한 반성극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