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청와대로 가보자고!
2021-11-05
글 : 배동미
사진 : 백종헌
윤성호 감독, 김성령·이학주 출연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이곳은 ‘체수처 설립 준비단 설치를 위한 자문위원회 출범식’이 열리는 소강당. ‘공수처’는 들어봤지만 ‘체수처’는 처음이라고? 가상인 듯 현실 같고, 현실인 듯 가상 같은 모큐멘터리 코미디의 대가 윤성호 감독이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로 돌아왔다. 체수처는 각본을 쓴 윤성호 감독이 고안해낸 가상의 기구로, 풀네임은 무려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각종 폭력 및 부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체육문화인 비리수사처’다. 체수처 설립에 강한 의지를 가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정은(김성령)은 ‘사격계 김연아’로 올림픽 사격 금메달 3관왕이다.

지난 5월 27일 오전 9시, 촬영 현장인 서울여자대학교 50주년 기념관에 김성령 배우와 보좌관 수진으로 분한 이학주 배우, 그리고 50여명의 보조 출연자가 체수처 출범을 위해 모였다. 정은 역의 김성령이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체육문화계 비리를 바로잡는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국회의원들과 기자 역 배우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자, 맛깔나게 가봅시다. 액션!” 여러 출연자에게 동시에 주문을 하기 위해 윤성호 감독 역시 정은처럼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촬영분은 1화 마지막 장면인 57신. 크랭크인 이후 2개월 넘게 흐르는 동안 촬영이 많이 진행됐으나 윤성호 감독이 일부러 촬영을 미뤄온 주요 장면이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도 출연했던 김성령 배우가 윤성호 감독과 약 9년 만에 의기투합했고, <부부의 세계> <마이 네임> 등에서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 이학주 배우는 첫 코미디에 도전하게 됐다. 배우이자 뮤지션, 미술 작가로 활동 중인 백현진 배우는 정은의 남편이자 진보 시사평론가로, 뮤지컬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는 배해선 배우는 정은의 정치 라이벌로 활약한다. 30분 분량의 12부작 블랙코미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오는 11월 12일 금요일 오전 11시 전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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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청와대는 스포츠인 출신 야당 정치인 정은을 ‘땜빵’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에 앉혔다. VIP로선 조용히 자리만 지키면 좋겠는데 임명장을 받은 정은은 이렇게 된 이상 체수처를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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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30분 나가지만 60분짜리 대본을 가지고 있으니까 오리지널이라고 다른 건 없어요.”(김성령) OTT 오리지널 현장은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에 있는 걸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러닝타임 30분에 12부작이지만, 배우들이 손에 쥔 대본은 60분 분량에 6권이었다.

03

50여명의 조·단역 배우들. 그중 윤성호 감독의 <출출한 여자> 시즌2로 데뷔한 뒤 연극계에서 활동한 안다정 배우는 피해자 정체성을 거부하는 복잡미묘한 전 국가대표 선수로 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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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을 좋아해서 촬영하면서 조·단역들의 서사가 조금씩 생겼다. 그러다보니 소급해서 1부 마지막 신에서 조·단역들에게도 카메라를 비추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촬영 당시, 쪽대본으로 즉흥적인 상황을 만들어갔던 윤성호 감독답게 이번에도 현장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작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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