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로부터]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시간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
2021-12-02
글 : 정소연 (SF 작가)

지난해 10월 중순, 나는 헛소문으로 인한 온라인 괴롭힘에 휘말려 피해자가 되었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데다 송무변호사 일이 늘 책상머리에 앉아 하는 것만은 아니다 보니 이런저런 어려움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생업과 윤리성에 직접 관련된 거짓 소문이 집요하게 돌고, 수백명, 아니, 1인이 복수계정을 만들고 여러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SNS의 특성상 내가 느끼기에는 수천명이 나를 비난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보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마음 같고, 어찌 사람이 억울한 일 하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내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보면 지나갈 일이겠거니 했다. 몇달이 지났다.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 내가 못 본 셈 치던 사이에 오히려 소문과 괴롭힘은 점점 더 덩치를 키웠다. 내가 프로 의식이 없고 무능하고 인권 의식이 없다는 전문성 비하에서, 내가 남자와 결혼했고(그러므로 페미니스트로서 실격이고) 자기모에화를 하는 프로필 그림을 사용하고 있으며(그러므로 미성숙한 인간이고) 비열하고 여하튼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아주 몹쓸 사람이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변호사는 평판이 중요한 업종이고,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 사이트에 내게 논란이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변호사협회에 나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이 접수되었다는 말을 듣고, 인터뷰를 했던 언론이 “이런 얘기가 있는데 무슨 일인지” 헛소문의 해명을 요청하고, 법정에서 마주친 생면부지의 변호사가 내 이름을 듣고 “아, 그 인터넷에서… (침묵) 고생하시는 분”이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자 불안이 극에 달했다. 화가 나기보다는 억울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지? 왜 저 사람들은 내가 잘못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 미묘한 배신감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보여준 나의 삶이 있는데,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없지? 어떤 날에는 선해를 했다. ‘저들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나를 괴롭히고 있어. 그건 나쁜 일이 아니야.’ 피해자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하는 변호사가 되어가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자주,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는 사이 만으로 1년이 지났다. 나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만큼은 회복했지만, 아직도 가끔 잠을 설친다. 여전히 내 이름이나 ID를 검색하지 못한다. 이런 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글의 독자에게만이라도 당부하고 싶다. 어떤 선의에서라도, 100명이 이미 한마디씩 한 일에 101번째 사람이 되어 그에 한마디 더 보태지 마세요. 다른 사람을 응징하려고 글을 쓰지 말아주세요. 우리에게는 서로를 벌할 권리가 없어요. 잘못 판단했다면,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삭제는 해주세요. 인터넷 데이터는 수명이 길고 피해자에게 긴 꼬리표를 남겨요.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고소하라고 하기보다는 가해자에게 그만하라고 해주세요. 피해자를 달래기보다는 가해자를 저지해주세요. 공격이 아니라 저지의 연대를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