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이유없는 반항>의 주인공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그는 이 작품의 강렬한 이미지와 다루기 어렵고 까다롭고 불같은 성격 탓에 좀체 할리우드 주류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을 수가 없었다. 1967년 로저 코먼 감독의 B급영화 <여행 The Trip>(1967)에서 만난 피터 폰다와 의기투합한 데니스 호퍼는 각본을 쓰고 돈을 모으고 스스로 주연한 영화 <이지 라이더 Easy Rider>로 한방에 할리우드를 경악시킨다. 40만달러를 들여 1600만달러를 벌어들인 이 영화는 60년대 최고 영화 중 하나가 됐으며, 모터사이클을 탄 두 젊은이 데니스 호퍼와 피터 폰다는 균열하기 시작하는 아메리카의 도덕을 예견하는 단초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할리우드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동안에도 그는 전혀 통제 불가능한 독불장군으로 군림했다. 그는 오히려 피터 폰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같은 스타들과 스탭들을 페루로 내몬 후 자신의 영화인생에 관한 자화자찬격인 <라스트 무비 The Last Movie>(1971)를 만든다. 이 영화의 실패로 그는 한동안 할리우드에서 철저히 외면당했고 70년대 대부분을 마약과 술에 찌들어 살았다.
이런 와중에도 그는 빔 벤더스의 영화 <리플리의 게임, 미국인 친구>(1977)나 비록 조역이지만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1983년 나이 47살에 그는 다시 감독에 도전한다. <아웃 오브 더 블루 Out of the Blue>는 미국 중산층의 가장자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한 미국인 가족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강렬한 터치로 그려낸 문제작이었다.
연기자로 데니스 호퍼의 르네상스는 1986년에 도래했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블루 벨벳 Blue Velvet>에서 사이코 유괴범 프랭크 부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 이후 그는 마약에서 손을 끊고 더 말쑥해진 모습으로 한해에 5∼6작품을 할 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Colors>(1988)은 숀 펜과 로버트 듀발을 기용하여 경찰대 갱단의 전투라는 소재를 별다른 무리없이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1989년 발표한 <뒤로 가는 남과 여 Catch Fire>(1989)는 조디 포스터와 자신을 주연으로 하여 인질범과 유괴당한 여자 사이의 미묘한 연애심리를 포착한 독특한 작품이었는데, 자신의 승인없이 커팅과 편집을 하자 아예 자신의 이름을 감독직에서 빼버리고 알란 스미시라는 가명으로 대신했다.
1990년대 들어와서도 여전히 그는 감독보다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90년에 발표된 <돈존슨의 정오의 열정 Hot Spot>은 강력한 비주얼 스타일과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에로틱 스릴러로 그도 이제는 할리우드의 주류감독에 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그는 <이지 라이더>의 감독이다. 그의 통렬한 냉소주의와 반골기질은 그가 감독한 영화가 그 주제의식뿐 아니라 장면 구성이나 주인공 성격, 비주얼 등에서 그다운 비주류적인 냄새를 배어 있게 한다. 언제나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집하는 그는, 사실 스크린 밖에서는 아메리칸 팝 아트 작품의 수집가로, 개인적인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유명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 영화감독사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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