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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협상의 기술> <컨트롤 프릭> <플랑크톤 더 무비>
한 눈에 보는 AI 요약
<협상의 기술>은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 윤주노가 복귀하며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협상의 세계를 그린다. 안판석 감독 특유의 현실적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컨트롤 프릭>은 자기 계발 강사가 악령에 시달리며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오컬트 영화지만, 캐릭터와 스토리 몰입도가 아쉽다. <플랑크톤 더 무비>는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플랑크톤이 주인공인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으로, 유쾌한 뮤지컬과 코미디 속에서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그린다.

<협상의 기술>

JTBC/ 12부작 / 연출 안판석 / 출연 이제훈, 김대명, 성동일, 장현성 / 공개 3월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멜로 없이도 명불허전 안판석 월드

산인그룹 인수합병(M&A) 팀장 윤주노(이제훈)가 백사라고 불리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백발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백번 생각하고 움직여서다. 신중한 편이긴 하나 절대 느리진 않다. 백 가지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계산하고 그중 가장 이익이 되는 한 가지를 골라낼 줄 아는 전략가라 늘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가져온다. 현재는 모종의 사건으로 자취를 감춘 상태. 그렇지만 산인그룹이 휘청이자 다시 업무에 복귀하고 칼 같은 그의 등장에 윗선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의 안판석 감독이 돌아왔다. 기업 드라마 <협상의 기술>은 감독을 멜로드라마의 장인으로 알고 있던 시청자에겐 생경할 작품이다. 그렇지만 1화 중반까지만 보아도 안판석 작품이라는 게 체감될 정도로 감독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난다. 특유의 절제된 연출 속에 직장 문화는 날카롭게 묘사되며 대사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때로는 지금의 자리라도 보전하려는 임원진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팀플레이의 쾌감이 살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돌아온 윤주노는 이전 동료였던 변호사와 재무 담당, 그리고 신입 인턴을 한데 모아 새로운 팀을 꾸리는데 겹치지 않는 그들의 개성과 능력이 재미를 배가한다. 이중 윤주노의 활약이 단연 두드러진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돼도 한치의 동요 없이 전략을 바꾸는 비밀스러움이 그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이 호기심은 곧 드라마를 붙잡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오랜만에 끓어오르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는 이제훈과 한껏 진지한 성동일을 포함해 모든 배우가 호연을 펼친다. 김송일, 차강윤, 김종태 등 <졸업>의 얼굴들이 대거 출연해 <졸업> 마니아에게 큰 즐거움을 안긴다. /이유채

<컨트롤 프릭>

디즈니+/ 감독 샬 응오/ 출연 켈리 마리 트란, 마일스 로빈슨, 칼리 존슨/ 공개 3월1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제목은 통제광이지만 영화는 그러하지 않은

세계적인 자기 계발 코치 발(켈리 마리 트란)의 삶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강연 투어가 일주일 남은 시점에 그녀는 머리 한쪽에 심한 간지럼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어떤 연고를 발라도 나을 기미가 없는 통증에 그녀의 정신은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간지럼증의 정체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악령 산시다. 샬 응오 감독의 <컨트롤 프릭>은 훌루 호러영화 앤솔러지 <비트 사이즈 핼로윈>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을 장편으로 각색한 영화다. 영화는 자기 계발 강사 캐릭터와 오컬트 장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살리지 못한다. 자본주의와 자기 계발의 관계를 인물이 겪는 모순과 혼란스러운 심리를 그리는 데 집중한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없어 감정 몰입이 힘들다. 산시의 크리처 디자인,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승려가 된 캐릭터 등 매력적인 이미지들이 있지만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김경수 객원기자

<플랑크톤 더 무비>

넷플릭스/감독 데이브 니덤 / 목소리 출연 박만영, 전태열, 장경희, 엄상현 / 공개 3월7일

플레이지수 ▶▶▶/ 20자평 - 자신의 찌질함을 인정하는 플랑크톤, 그래도 독재는 안돼요^^

<네모바지 스폰지밥> 시리즈의 귀여운 빌런 플랑크톤이 스핀오프 극장판 <플랑크톤 더 무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허당기 넘치는 인공지능이자 플랑크톤의 아내인 캐런은 게살버거 레시피를 훔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좋아할 자체 레시피를 개발하고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라는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설득력 높은 인공지능의 묘수에도 집게 사장을 향한 플랑크톤의 강박과 집착은 견고하기만 하다. 도리어 그는 아내에게 “내 말을 잘 들을 조수가 필요하다”고 비꼬고, “우리는 동등한 파트너”라며 분노한 캐런은 삐뚤어진 폭주를 시작한다. 태어나자마자 처음 배운 단어가 ‘독재’라는 그의 세계 정복 목표는 부부의 평안과 나란히 놓일 수 있을까. 귀여움을 무기 삼은 비키니시티 캐릭터들은 역설과 모순에서 출발한 쓴 농담을 반복하며 플랑크톤을 성장시킨다. 그의 낙담과 반성이 반복되는 사이 등장하는 뮤지컬들은 가히 중독적이다.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