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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의심과 공포, 믿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평범한 청년 오마르(아담 바크리)는 뜻하지 않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를 오가는 이중첩자가 된다.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시작한 첩자 노릇은 도리어 오마르의 발목을 잡는다. 감독 하니아부 아사드는 전작 <천국을 향하여>에서도 개인의 욕망과 공공의 목표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들을 그린 바 있다. 실화에 바탕한 <오마르>는 실제로 감독의 친구가 첩보원으로부터 받은 협박에서 출발했다. 첩보원은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 우리와 일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이야기를 들은 감독은 친구가 느꼈을 딜레마가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오마르>는 전작보다 조금 더 개인의 문제를 파고든 영화다.

=이건 보편적인 러브 스토리다. 1975년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고 ‘세상에! 나도 권위에 도전하는 삶을 살 거야!’라고 결심했다.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어졌고 그래서 인도적인 이야기에 집중했다.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선택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이 딜레마가 <오마르>를 만들게 한 동력이다. <천국을 향하여>를 촬영할 때 난 우리 팀원 중 누군가가 정보를 빼내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진실은 모른다. 어쨌든 난 내 팀원을 의심했고 그때의 기분을 떠올리면 정말 끔찍하다. 피해망상이 시작되면 믿기 어려운 것들을 믿게 된다. 집단에 배신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은 거대한 공포를 낳는다. 나는 그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전작도 나블루스와 나사렛에서 찍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소를 선택하는 데는 어떤 고민이 있었나.

=영화엔 예루살렘, 나블루스, 알-파라 난민 캠프, 나사렛, 우리가 감옥을 만들었던 비잔까지 다섯 장소가 나온다. 먼저 서안지구 중간에 있는 알-파라 난민 캠프에서 촬영을 시작하고 그다음부터 나사렛에서 찍었다. 장벽을 찍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전체 숏으로 찍힌 건 진짜 장벽이다. 일정 높이까지 찍고 오르는 건 허락됐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우린 나사렛에 2m짜리 벽을 건설해 타고 오르는 장면들을 찍었다. 한 가지 확실히 말해두고 싶은 것은 장벽이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게 아니란 거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마을들 사이에 있다. 팔레스타인 마을을 둘러싼 채로 유대인 거주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순찰대는 벽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을 총으로 쏜다. 난 모든 허가를 받았고, 촬영 중 이스라엘 군대와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아담 바크리의 출생지는 이스라엘이다. 당신은 이스라엘 태생의 팔레스타인인이다. 이 사실이 당신과 아담 바크리가 함께 영화를 만드는 데 끼친 영향이 있을까.

=촬영 시작 전에 내가 팔레스타인 정보원에게 들은 이야기를 아담에게 들려줬다. 진짜 ‘협력자’들은 죽거나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만나볼 수 없었다. 아담은 스스로 난민수용소에 들어가 그곳의 집과 화장실, 길을 탐색했다. 아마도 그 연구가 그에게 어떤 영감을 줬던 게 분명하다.

-전작을 만들 때와 <오마르>를 만들 때 가장 달라진 건 무엇인가.

=영화로 정치적인 토론을 하는 데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영화는 정치적인 것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적 여정에 대한 것이란 걸 알았다. 믿음이란 테마엔 여전히 관심이 많다.

-이 영화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것은 무엇인가.

=청춘의 연약함이다. 자유를 향한 투쟁은 ‘어른’들이 이끄는 것이지만 지금의 어른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청춘들에게 그 투쟁의 의무가 남겨졌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치명적인 덫을 피해 살아온 경험이 없다. 그 투쟁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치명적인 덫을 피해 살아온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 투쟁을 이끌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