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42번가 (1933)
|89분|드라마, 멜로·로맨스, 뮤지컬
뮤지컬 42번가
요즘 관객이 워너에서 1930년대 초반에 제작한 두편의 위대한 뮤지컬영화를 기억하기 위해선 먼길을 거슬러가야 한다. 가장 먼저 기억날 듯싶은 1960년대 뮤지컬의 대작들을 지나면, 1940, 50년대에 아서 프리드 사단이 MGM에서 제작했으며 진 켈리의 역동적인 춤이 인상적인 작품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며, 다시 조금 더 가보면 프레디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가 RKO와 함께한 우아한 뮤지컬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선구적인 위치에 놓일 영화로 워너의 <뮤지컬 42번가>와 <1933년의 황금광들>이 드디어 등장한다. 그런데 MGM에서 제작한 <브로드웨이 멜로디>(1929)를 제외하면, <재즈 싱어>(1927) 이후 뮤지컬 장르의 시작을 제대로 알린 워너는 왜 뮤지컬 장르에서 큰 재미를 못 본 것일까. 그런 궁금증이 들 정도로 <뮤지컬 42번가>는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물론 <뮤지컬 42번가>는 이후 변형된 뮤지컬과 많이 다르며, 춤과 노래 양면에서 많이 심심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뮤지컬 42번가>는 사랑에 빠진 두 커플과 주변인들이 꾸며가는 멜로드라마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뮤지컬 42번가>는 왜 중요한 뮤지컬영화로 대접받고 있는 것일까? 초기 뮤지컬은 그 뿌리라고 할 브로드웨이와 보드빌 무대를 재료로 삼았는데, 무대용 뮤지컬의 제작과정을 다룬 <뮤지컬 42번가>는 백스테이지 뮤지컬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남았으며, 후반부를 장식하는 휘황찬란한 공연은 극중 갈등을 전부 해소할 정도의 위력을 보여준다. 무대 위로 점프한 카메라가 만들어낸 영상은 당시 관객에게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대공황 시절에 만들어진 <뮤지컬 42번가>는 돈과 인간관계가 결부된 쇼비즈니스를 통해 성공의 달콤한 꿈을 선사했다. <뮤지컬 42번가>는 첫 공연을 마친 연출가의 씁쓸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영화를 본 관객은 ‘적당한 운만 있으면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는 대사를 더 기억했을 게다. 실의에 빠진 대중은 주인공들이 나누는 사랑이나 쇼비즈니스의 현실 너머 따뜻한 위로의 말과 미래의 약속을 믿고 싶었을 터이니, 뮤지컬은 그 행복감의 매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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