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쇼, 쇼, 쇼! 뮤지컬
2008-08-14
글 : 이주현
<재즈싱어> <탑햇> <온 더 타운> 등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 모은 주제와 변주 섹션

매년 음악과 관련한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음악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 도모하는 ‘주제와 변주’ 섹션에서는 올해의 주제를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로 선정했다. 최초의 유성영화이자 뮤지컬영화인 <재즈싱어>를 비롯해 <브로드웨이 멜로디> <42번가> 등 총 7편의 작품이다.

영화사적인 의미에서 볼 때 <재즈싱어>는 일종의 혁명이었다. <재즈싱어>가 나오기 이전까지 표정과 몸짓으로 연기했던 배우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고, 극장 앞 무대에서 연주되던 생음악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유성영화의 시작이 뮤지컬영화의 시작과 궤를 같이하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재즈싱어>에서 대부분의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되지만 재키(알 존슨)의 노래는 스크린에서 흘러나온다. ‘쇼는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재즈싱어>의 대사 한 대목은 이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의 명제가 되기도 했다.

화려한 쇼를 연출하기 위한 장소로 뉴욕 브로드웨이만큼 제격인 곳은 없었을 것이다. 초기 뮤지컬영화가 백스테이지(무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 뮤지컬 형식을 띠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브로드웨이 멜로디> <42번가>가 대표적이다. <브로드웨이 멜로디>는 서부 시골 마을에서 뉴욕으로 온 해리엇과 퀴니 자매 이야기다. 끼 많은 언니, 얼굴 예쁜 동생이라는 캐릭터 설정, 자매애를 초월하고 돈의 힘을 물리친 사랑의 힘이라는 내용은 요즘 관객에게 너무 뻔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살아남기’유의 영화는 모두 이 영화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뮤지컬영화는 누가 더 화려하고 매혹적인 쇼를 보여주는지 경쟁하며 발전했다. 섬세하고 힘찬 발놀림, 우아하고 절제된 팔놀림, 탭댄스에서 발레, 독무에서 군무까지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춤들이 탄생했다. <톱 햇>은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의 탭댄스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는 영화다. 발에 날개를 단 듯 춤추는 제리(프레드)가 춤을 리드하면 어느새 데일(진저)이 스텝을 함께 맞추고 있다. 또 <Cheek to Cheek> 음악에 맞춰 결혼식 무도회장에서 커플 댄스를 추는 장면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로맨스와 해피엔딩의 결정판이다.

<온 더 타운>

뮤지컬영화는 수많은 명곡 외에도 많은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주디 갈란드와 진 켈리는 뮤지컬영화의 전성기를 자신들 인생의 황금기로 만든 배우들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으며 뮤지컬 스타가 된 주디 갈란드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에서 영화에 나오는 노래의 대부분을 소화하며 절정에 오른 연기를 보여준다. 세명의 해군 게비, 칩, 오지의 하루 동안의 뉴욕 체류기를 그린 <온 더 타운>에서는 진 켈리를 만날 수 있다. 진 켈리가 주연과 감독(스탠리 도넌과 공동감독)을 맡은 <온 더 타운>은 춤이 위주였던 이전의 뮤지컬영화와 달리 극중 이야기에 춤과 노래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새로운 뮤지컬영화다. 진 켈리는 몇년 뒤 <사랑은 비를 타고>를 찍게 되고 명실공히 미국의 대표 뮤지컬 스타가 된다. 1950년대 이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의 흐름이 궁금하다면 <춤추는 할리우드: 뮤지컬의 역사>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제작된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대백과사전쯤 되는 영화로, 시대별 뮤지컬영화의 흐름을 친절히 짚어준다.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할리우드 뮤지컬영화 80년의 역사를 체득하게 된다. 뮤지컬 고전들을 마스터했다면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섹션에서 독일영화 <봄의 멜로디>를 통해 새롭게 변주된 형태의 뮤지컬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독일 젊은이들의 팍팍한 현실과 사랑을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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