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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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2005)
11분 단편 영화
누군가의 깊은 숨소리와 몽환적인 음악이 먼저 들려오는 영화는, 화면 가득 메운 남자의 얼굴에서 시작하여 그를 둘러싼 공간과 상황으로 점차 화각을 넓혀나간다. 오전 5시 남짓한 시각을 알리는 시계, 아내와 아들이 한껏 웃고 있는 사진, 주섬주섬 고쳐쓰는 가발 등의 소품을 통해 관객은 점차 남자를 알게 된다. 11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깊게 확장되는 2분은, 알 수 없는 표정의 남자와 그가 탄 차의 롱숏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시간이다. 담배 한대를 피우기에도 벅찬 그 시간 속에서, 음주 운전 끝에 누군가의 아버지를 친 이 남자는 뺑소니를 결심한다. 일체의 대사는 물론이고 극적인 표정이나 사운드 하나없이 일련의 모든 정보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극한의 감정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길고 구구절절한 사연 속 가장 의미심장한 순간만을 날렵하게 도려낸 듯한 <2분>은 그 어려운 미션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공시켰다. 저 멀리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희붐하게 새날이 밝아온다. 2분 내내 망설이던 남자의 짐짓 결연한 결심이 아련하다. 언제든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잔인한 갈등과 서늘한 결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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