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백수인 마초는 오랜 친구이자 깡패 두목인 다단에게 돈을 빌렸다가 오히려 다단의 사기에 말려들어 알거지가 된다. 다단은 부채를 탕감해주는 대신 자신의 난쟁이 여동생과 마초의 외아들을 결혼시킬 것을 제안한다.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제5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로 은사자상을 받은 것이다. 쿠스투리차는 멋진 복귀에 대한 감격 대신 “내가 베를린에서 받아온 새끼곰이 우리 어머니댁 장식장에서 혼자 외로워하고 있는데, 같이 놀 만한 친구녀석(사자)이 생겨 다행”이라며 “나의 동물원 컬렉션이 점점 풍성해진다”는 농담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제 누구도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로 내 정치적 태도를 문제삼을 순 없을 것이다. 왜 그렇게 집시들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으냐고 트집잡지 않는 다음에야”라고 비꼬아, 은퇴 당시의 상처가 컸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