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고요한 일상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실존과 그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관찰자적 시선의 다큐멘터리이다. 일본 오카야마의 조그만 주택 주변, 사람은 사람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경계' '용인'지점 어딘가에서 공존의 방식을 터득하고 산다.
은퇴 후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카시와기 부부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동과 가사일 등을 돕고 있다.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그들의 활동은 사회의 소수자들과 적극적으로 손잡고 마주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는 소수자가 단지 소수자라는 이유로 배척되고 잊혀져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어느 지점을 넘어선 경계는 쉽게 '배척'이 된다.
어느 날 이들이 만나던 90세의 노인 하시모토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놀랍다. 제국주의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젊은 청년의 목숨은 엽서 한 장 값에 지나지 않았다. 오직 징집 명령 몇 줄이 적힌 엽서 한 장뿐…. 국가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한 사람의 실존은 동원 대상에 불과한 하나의 익명인일 뿐이다. 실존이 부정될 때 공존은 불가하다. 하시모토는 아직도 잊혀진 익명인일 뿐이다. 그와 함께 익명으로 스러져간 전쟁의 상흔이, 즉 파괴된 공존이 21세기 일본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자리잡고 있다. 하시모토의 존재와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공존과 그 어려움에 대한 극적 자각이다. 반면 인간사의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공존의 방식을 보여준다. 동물들의 우화는 항상 인생사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다. 공교롭게도 폐암으로 인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하시모토의 담뱃rkqt에 선명히 인쇄된 단어,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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