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가자 신군 (1987)
|128분|다큐멘터리
가자 가자 신군
# 하라 가즈오는 일본 다큐멘터리 역사에서 전설적인 감독이다. 다큐멘터리 거장 오가와 신스케의 다음 세대인 하라는 거대한 사회.정치적 주제에 덤벼든 오가와의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모방하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1회 다큐멘터리 영상제에서 상영됐던 하라의 두 번째 기록영화 (극사적 에로스)(1974)는 바로 그런 하라의 독특한 작풍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전공투 시대의 뒤안길에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근처에 거처를 정하고 자신의 인생에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여성의 삶에서 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도 뭔가 70년대 일본사회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갔던 젊은 세대의 삶의 양식을 빙 둘러 반추해낸다. (가고 가는 신군)도 역사와 현실의 거대한 격랑을 추스르는 하라의 역량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로는 보기 드물게 그해 일본 흥행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이 영화는 대동아 전쟁 때 뉴기니에 파병됐다 돌아온 뒤 죽은 전우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 천황에게 파친코 구슬을 던진 오쿠자키 겐조에 관한 이야기다. 천황을 거의 신격화한 일본사회에서 감히 천황에게 파친코 구슬을 던질 만큼 배포 큰 남자는 누구일까. 하라 가즈오의 (가고 가는 신군)은 희대의 기인과 역시 만만찮게 튀는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맺는 관계에서 대단한 긴장을 끌어낸다. 이를테면 오쿠자키는 대동아전쟁 때 인육을 먹기를 강요했던 상사를 죽이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을 카메라 앞에서 실행할 생각을 한다. 1회 다큐멘터리 영상제 때 한국을 방문했던 하라는 그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오쿠자키는 내게 말했다. "하라군, 나는 이제 살인을 저지르겠다. 너는 그런 내 행동을 찍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하라와 오구자키의 강렬한 투지 앞에, 집단 속에 숨어 있는 일본인들의 비겁과 위선, 전쟁범죄를 애써 부정하려는 일본사회의 비도덕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이 영화는 어떤 범주에도 묶이지 않는 매우 독특한 다큐멘터리이며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하라 가즈오 감독 자신이 진짜 걸물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 씨네21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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