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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역사 (2014)
0분 미스터리, 스릴러
사회학이나 철학책에 어울릴 것 같은 제목을 단 <공포의 역사>에서 벤하민 나이스타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외곽 마을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의 에피소드를 엮어간다. 딱히 중심 서사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이 사회학적인 스릴러 영화의 질문은 한 가지이다. 현대인의 공포의 기원은 무엇인가? 대다수의 인간이 상실하고 싶지 않은 것들, 이를테면 가족, 건강, 재산, 권력 따위가 공포의 진원지가 된다. 내가 가진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 이 영화가 내리는 또 하나의 결론은 공포의 대다수는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연원한다는 것이다. 인식론의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무지, 단절, 몰이해와 한 쌍을 이룬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불안한 것처럼 보이고, 공동체 안에는 알 수 없는 증오와 불신, 폭력이 만연해있다. 그러나 영화는 무엇이 작중인물들을 그토록 불안과 근심으로 내모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이 인물들이 어떤 개성, 내면의 소유자인지도 측량할 길이 없다. 이와 같은 무지는 러닝 타임 내내 긴장을 조성한다. 무지의 공포와 관련하여 주목해서 볼 것은 ‘소리’이다.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로 열리는 영화는 일체의 내재적 음악을 배제한 채 자연적인 소리들의 파노라마로 구성되어있다. 스코어를 통해 긴장을 만들어내는 공포영화의 클리셰에 의존하기보다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사운드의 활용이 뛰어나다.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장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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