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통 (1983)
|136분|드라마
당통
바이다의 영화 <당통>이 지닌 매력은 당통과 로베스피에르로 대변되는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이다. 바이다는 몇년 전 폴란드 신문 <가제타 뷔보르챠>와의 인터뷰에서, 연대노조운동에 참여하면서 부딪쳤던 운동 지도부의 다양한 성격들과 그에 대한 운동적 반성이 아닌 인간적 반성이 이 영화를 만든 동기였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는 그러니까 연대노조운동의 프리즘을 통해 프랑스 대혁명을 재조명한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오늘날의 사람들로 비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역사가 소불은 당통을 “서민적인 말투의 웅변가이며 수수한 차림새, 현실주의자이며, 결단을 내릴 줄 아는 동시에 술수에도 능하고, 배짱이 있고 향락적인 기질이며, 격정적이며 모질지 못한 인물”이라고 평한 바 있다.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섬세하게 연기한 당통의 이러한 성격은 금욕적이고, 냉정하며, 끊고 맺는 게 확실해야 하는 혁명가로서의 덕성과는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드파르디외가 연기한 당통의 자유분방한 태도는 부르주아적 퇴폐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폴란드의 유대계 배우 프쇼니악은 차갑고, 선병질적이며, 금욕적이고 원칙주의자인 로베스피에르를 연기한다. 당통이 초대한 거창한 저녁식사에서, 민중 혁명가인 로베스피에르는 단호하게 호사한 음식과 고급 포도주를 거부함으로써 금욕적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특히 법정의 민중 앞에서 열정적으로 사자후를 토해내는 당통과는 대조적으로, 로베스피에르의 국민공회 연설은 치밀하게 계산된 차가운 이성의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당통이 따듯한 인간성으로 혁명의 냉정함을 녹였다면,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인간성을 종속시켰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이미지이다. 이 영화에서 바이다가 선호하는 혁명가는 당통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됐을 때, 바이다는 로베스피에르를 귀감으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좌파 지식인들에게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영화가 반혁명적이며 역사를 왜곡했고 로베스피에르의 역사적 의의를 깎아내렸다는 것이 그들의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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