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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러버 (2000)
96분 드라마, 범죄
<크리미널 러버>는 매끄럽게 계산된, 그리고 음흉한 작품이다. 슈퍼 8mm로 작업을 개시한 이 젊은 영화감독은 뒤틀린 도발에 대한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걸맞게 영화 <크리미널 러버>는 십대 소녀 앨리스가 자신을 맹목적으로 흠모하는 동급생 뤽을 위해 스트립댄스를 추고 있는 듯한 오싹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뤽이 앨리스의 관심을 끈 동급생을 처참하게 죽이는 초반부에선 이 영화는 마치 프랑스판 <내츄럴 본 킬러>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인물의 성병리학적 양태가 서서히 드러날수록 이들의 행위는 점점 앞뒤가 맞아 떨어지기는 하는데 더욱 기괴하게 보인다.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없는 이 두 주인공은 희생자의 시신을 묻으러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게 되고, 곧 과자로 지은 ‘마녀의 집’을 만난다.
<워터드롭스 온 버닝 락>에서 파스빈더의 외투를 빌려 입었던 오종은 여기서 현대의 타블로이드판 헨젤과 그레텔을 창조하기 위해서 파스빈더 못지않은 교묘한 술수를 쓰고 있다.
<크리미널 러버>는 오종의 다른 영화들만큼 교활하지만, 훨씬 호소력 있고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두 주인공의 억류기는 동화적인데, 영화의 중반쯤 회상장면을 통해 다시 보여주는 최초의 살인행위는 바로 그 동화성과 충돌해서 더욱 역겹게 느껴진다.
이러한 시각적 도발은 랭보에 대한 앨리스의 열정이나, 뤽이 등장하는 <사이코> 패러디 장면에서처럼 중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히치콕적인 부분이 관객의 연민을 구성하고 이용하는 데 있다면, 가장 오종다운 점은 밀실 공포적 악몽에서 순수한 꿈의 상태로 움직여 가는 영화의 흐름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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