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민주적인 게 참 맘에 안 든다.” 심사위원 윌 스미스는 자신이 밀었던 코르넬 문드루초의 <주피터스 문>이 빈손으로 돌아가자 이렇게 말했다. 황금종려상 발표와 함께 일제히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다들 지지하는 영화는 제각각이게 마련이니까. 그렇게, 대의에 따라 수상권 밖으로 밀렸지만 후반부 공개된 작품중 크루아제트 대로를 뜨겁게 했던 수상권 밖 화제작들을 모아본다. 물론, 그들 각자의 선택. 최고라는 말은 아니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어 젠틀 크리처>
“아니, 이 작품이 왜?” 처음으로 빈손으로 돌아간 미하엘 하네케보다 기자들을 놀라게 한 수상 결과는 우크라이나 감독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어 젠틀 크리처>의 무관이었다. “아깝다”는 실시간 반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모티브로 한, 투옥된 남편을 찾아 러시아 곳곳을 떠도는 여성(바실리나 마코프세바)의 이야기. 러시아 사회를 관통하는 듯한 리얼함이 오히려 더 판타지같아 보인다. 주인공을 연기한 바실리나 마코프세바는 2시간23분 동안 단 세마디 남짓의 대사만 했을 뿐 낯선 환경으로 들어갈 때마다 화면 밖으로 배제된다. 러시아 사회를 향한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비판과 함께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무수한 공격을 받은 작품. 제시카 채스테인이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특정 제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영화 속 여성의 재현에 문제가 많다’라고 한 말은 아마도 이 작품을 두고 한 것일 듯.
프랑수아 오종 <라망 두블레>
<크리미널 러버>(1999), <스위밍 풀>(2003)을 만든 바로 그 오종의 도래! 첫장면부터 박수와 함성을 모은 후, 끝까지 ‘오종’임을 드러내는 섹스 스릴러.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 <라이브스 오브 트윈스>를 바탕으로 한 <라망 두블레>는 쌍둥이 남자를 오가며 사랑과 섹스를 나누는 여자 클로에(마린 백트)의 혼란을 그린, 실로 화끈한 작품이다. 한명은 사랑과 결혼을, 또 다른 한명은 섹스를 갈구하고 클로에는 그 사이에서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정신분석가였던 남자의 실체가 드러나는 마지막까지 극의 긴장감이 상당하다. 영화의 60% 이상이 누드이자 섹스 신. 공개 즉시 ‘칸에서 가장 아름다운 누드 신’이라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 마린 백트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벤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굿 타임>
아니, 다른 건 다 떠나서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를 한다. 그것도 아주 잘한다. 만약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린 램지의 <너는 정말 여기에 없었다>)가 없었다면, 로버트 패틴슨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을지도 모른다. 형제 은행 강도. 투옥된 동생을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형 콘스탄틴(로버트 패틴슨)의 초조함을 패틴슨이 화면이 꽉 차도록 표현한다. 연기만으로 영화를 따라가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 미국 독립영화감독 사프디 형제(벤 사프디는 동생 역으로 출연했다)의 이야기 솜씨 역시 탄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