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서기 2014년, 아시아 경제특구 지역인 말레파는 각지에서 모여든 이민족들이 슬럼을 형성하여 살아가고 있다. 형 신지와 친구 도시와 함께 거리에서 살아가는 8살짜리 꼬마 쇼는 어느 날 케이라는 이름의 낯선 남자와 조우하여 함께 살게 된다. 케이는 햇볕 아래 나설 수 없고, 영원히 늙지 않으며, 가공할 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이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가는 뱀파이어다. 10년 후, 도시와 케이, 쇼는 지역에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루카이 파를 공격하기 위해 그들의 본거지로 침입한다. 그리고 여동생인 이첸이 갱들에게 폭행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잠입한 손을 만나게 된다. 엄청난 총격전 끝에 갱들을 박살낸 그들은 서로 친한 친구가 된다. 쇼는 이첸을 좋아하게 되고, 이첸은 말없는 케이에게 호감을 갖지만, 이와 상관없이 그들은 하루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루카이 파의 우두머리 조직에서 자객을 보내 도시는 죽음을 맞이하고, 케이는 손과 이체 앞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자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다시 몇 년 후, 이들은 젊은 날 함께 했던 행복과는 거리가 먼,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일본 최고의 록스타이자 국내와 아시아 전역에 걸쳐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각트와 하이도(록그룹 ‘라깡시엘’의 보컬)가 각각 쇼와 케이 역을 맡아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뿌린 작품. 이밖에도 대만, 홍콩 등의 아시아 스타들이 대거 투입되어 출연진을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대만 최고의 가수이자 탤런트인 왕리홈이 손 역으로 출연하며, 홍콩의 모델 출신이자 영화배우인 제니 곽이 이체 역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와 <배틀로얄>로 낯익은 야마모토 타로가 도시 역을 맡아 소박하고 코믹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뱀파이어를 등장시키면서 갱영화의 문법을 차용해 복합적인 장르변용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엔 <매트릭스>의 액션을 능가하는 엄청난 총격신 등이 코믹하고 역동적인 반면, 주인공들이 모두 30대가 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또 대립하게 되는 후반부는 비장미가 넘친다. 청춘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나이가 들면서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게 된다는 면에서 전통적인 갱영화의 플롯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영원히 죽지 못하는 존재인 뱀파이어로서의 고뇌는, 갱영화 특유의 비장미를 더욱 강화시키며 허무주의로 승화시키고 있다. <2003 부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