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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포옹 (2004)
100분 드라마
아르헨티나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유럽 이민이 유독 많은 나라다. 오래전에 경제적으로 몰락했고 회생 가능성도 없는 이 나라에서, 이민자의 자손들은 부유한 고향의 기억을 더듬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리엘이 유럽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홀로코스트를 피해 달아난 폴란드 유대인 가문의 자손인 아리엘은 자신이 갓난아이일 적에 이스라엘 전쟁에 자원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를 만나려고 한다. 그는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느닷없이, 아버지가 돌아온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잃어버린 포옹>은 멈추어 선 현재와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을 경쾌하게 풀어가는 젊은 영화다. 아리엘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어머니의 속옷가게가 있는 쇼핑센터. 세계 각국에서 이곳으로 모여든 이민들은 서로 다른 말로 떠들고 서로 다른 물건을 팔면서 기묘한 화음을 연주하고 있다. 오해와 그로부터 빚어지는 웃음, 고민 많아도 에너지 넘치는 젊은이들. 귀여운 직소퍼즐을 보는 듯한 이 영화는 아리엘이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는 마지막에 이르러 언뜻 어른스러운 성찰을 내비치기도 한다. 감독 다니엘 부르만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많은 배우들로부터 일상을 전해 들었고, 그것을 고스란히 영화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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