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미리 보기
2022-05-03
글 : 씨네21 취재팀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광기의 호러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멀티버스>)가 5월4일 전세계 동시 개봉한다. 전편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 6년 만의 속편 솔로 무비다. 이번 작품의 내용은 지난해 나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 웨이 홈>) 쿠키 영상을 바탕으로 얼마간 짐작할 수 있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파이더맨에 이어 또 한번 다중 우주의 혼란 속으로 빠질 것으로 예고돼 관객의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연이어 공개된 다수의 예고편에서 멀티버스에 관한 단서들이 등장하면서 온갖 예측과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스칼렛 위치’ 완다는 아군인가 적인가. 새로운 영웅 ‘아메리카 차베즈’가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가. 개봉 전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간 디즈니+ 시리즈 <완다비전>과 <로키>, 그리고 <왓 이프...?> 등에서 더디지만 충실히 쌓아올린 멀티버스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 윤곽을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정의 안내자가 샘 레이미 감독이라는 점도 놓칠 수 없다.

다중 또는 평행 우주의 개념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알게 모르게 다양하고 빈번하게 활용됐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노 웨이 홈>은 멀티버스 컨셉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돌아보면 이전 작품에도 유사한 설정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1400만개의 시간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나, 파괴된 인피니트 스톤을 구하기 위해 다른 시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도 일종의 평행 우주를 다룬 것이라 하겠다. 특히 MCU 페이즈3에서 페이즈4로 넘어오면서 평행 우주 개념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고, 지난해 <노 웨이 홈>이 평행 우주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역대 스파이더맨을 스크린에 소환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했을 때 더이상의 멀티버스 광경이 필요할까 싶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흐름은 전초전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애초 다차원과 평행 우주를 기반으로 활약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다루는 이번 속편은 멀티버스 모티브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는 것처럼 보인다.

평행 우주에 찍은 방점

그렇다면 평행 우주 이야기의 장점은 무얼까. 첫째는 이야기의 확장성에 있다. 마블로서는 대흥행을 안겨줘온 과거를 저버리고 온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일일지 모른다. 편법의 혐의가 없지 않지만 평행 우주를 이용하면 흥행이 보장된 인물과 사건을 언제든 다시 써먹을 수 있다. 산업적 측면이 이렇다면 관객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바로 공존 불가능한 존재의 공존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쾌감일 것이다. 물리법칙에 따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따로 존재해 만날 수 없는 인물을 약간의 가정을 통해 서로 만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평행 우주가 아니더라도 독립한 세계에 속한 슈퍼히어로들을 모아 빚은 <어벤져스> 시리즈도 그러한 매력을 한껏 활용한 구성인 것은 틀림없다. 평행 우주를 품은 <엔드게임>이나 <노 웨이 홈>도 마찬가지다. <엔드게임>이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노 웨이 홈>은 영화 밖까지 경계를 넓혀 역대 스파이더맨들과 빌런들을 총집합시켜 관객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이와 달리 <멀티버스>는 인물들의 조합보다는 평행 우주라는 컨셉 자체에 더 집중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관객이 기대하는 인물 조합은 존재한다. <노 웨이 홈> 쿠키 영상을 통해 완다 막시모프는 일찌감치 속편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와 동행할 것임이 밝혀졌다.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된 예고편을 살펴보면 전편에 등장했던 동료 마법사 모르도뿐 아니라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도 출현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새로이 MCU에 합류하는 ‘아메리카 차베즈’의 역할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러한 조합이 성에 차지 않는지 마블 팬들은 예고편에 등장하는 민머리의 인물을 두고 패트릭 스튜어트가 분한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X의 뜻하지 않은 출현을 추측하기도 하고, <왓 이프...?> 첫 번째 에피소드를 근거로 별 문양의 청재킷을 입은 여성이 ‘캡틴 카터’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물의 조합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완다와 아메리카 차베즈의 능력이다. <완다비전> 시리즈에서 완다는 흑마법서 다크홀드를 통해 스칼렛 위치로 각성했는데, 원작에 따르면 이 흑마법서는 다른 차원으로 가는 장치다. 아메리카 차베즈도 비범한 신체 능력뿐 아니라 차원 이동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포함한 주요 인물이 평행 우주와 관계한 능력을 지닌 것은 이 작품이 마블의 어떤 영화들보다도 평행 우주를 중핵으로 다룬다는 방증이다. 다수의 타임라인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 <로키>를 쓴 마이클 월드론이 각본을 맡은 점도 이러한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디즈니+의 <완다비전> <왓 이프...?> <로키>가 <멀티버스>의 중요한 토대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해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멀티버스>는 디즈니+ 시리즈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인 듯하다. 우선 <로키>는 다양한 타임라인의 활동을 전제했고, <완다비전>은 스칼렛 위치와 다크홀드의 개념을 정립했다. <멀티버스>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왓 이프...?>이다. 만약 슈퍼히어로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마블 이야기가 어떻게 됐을지를 그린 이 애니메이션의 네 번째 에피소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선택을 다룬다. 전편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연인으로 등장했지만 죽지 않은 것으로 표현된 크리스틴 팔머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것으로 묘사된다. 비탄에 잠긴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간을 조종하는 마법을 쓸 때 활용하는 ‘아가모토의 눈’으로 시간을 되돌려 팔머의 죽음을 무마하려 하지만 매번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평행 우주의 균형을 위협한다. 이에 맞서는 것이 다른 차원의 닥터 스트레인지다. 이 내용만으로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멀티버스>의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예고편 속 결혼식을 치르는 듯한 팔머와 흑화된 닥터 스트레인지, 전편의 쿠키 영상에서 시간을 거스르는 식으로 자연의 법칙을 깬 마법사를 소탕할 것처럼 비친 모르도 등의 모습을 종합할 때, 팔머의 사정을 이유로 다른 세계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평행 우주에 문제를 일으키고,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완다, 아메리카 차베즈, 그리고 이계가 아닌 이 세상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의기투합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이건 지금까지 공개된 시리즈와 예고편을 바탕으로 최대한 가능한 시나리오를 미루어 짐작했을 뿐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의 진면목은 영화관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다.

광기가 영화의 원동력이 되었을 때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원제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서 알 수 있는 광기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프로듀서 리치 팔머는 다양한 형태의 광기가 영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나는 팔머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걸 지켜보는 닥터 스트레인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흑마법서 다크홀드에서 자신에 관한 비밀을 접한 완다의 광기가 그것이다. 이 대목은 완다가 그저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자에 머무는 게 아니라 모종의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는 암시처럼 들린다. 또 이러한 광기를 염두에 두면 <멀티버스>의 감독으로 샘 레이미가 적격이라는 판단과 함께 큰 기대가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애초 <멀티버스> 감독으로 낙점됐던 전편의 감독 스콧 데릭슨이 <멀티버스>를 공포영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데다 그가 총괄 프로듀서로 자리를 옮긴 후 <이블데드> 시리즈와 <다크맨> <드래그 미 투 헬>을 만든 호러 거장이자 닥터 스트레인지를 좋아하는 마블 캐릭터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샘 레이미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은, <멀티버스>는 마치 평행 우주 속의 다른 마블 영화처럼 지금까지 목격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비전을 선사할 것으로 여겨지며 공개된 예고편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는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샘 레이미가 창조한 비전을 온전히 체험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극장에 가는 수밖에 없다.

마블 코믹스의 이야기는 유난히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특성이 있어 이번 <멀티버스>를 관람하는 데 굳이 코믹스를 참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사고 후 회복을 위해 에인션트 원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전편만이 2007년에 나온 코믹스 <닥터 스트레인지: 서약>과 관련이 있을 뿐, 이번 작품은 전편 <닥터 스트레인지>와 디즈니+ 드라마 <완다비전>, 애니메이션 <왓 이프...?>에 더 기대고 있어 미리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타임 스톤이 박힌 ‘아가모토의 눈’의 기능과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마법사를 증오하는 모르도의 성정을 확인할 수 있다. 모르도는 시간을 조종하는 마법에 따른 대가는 언젠가 꼭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차원과 멀티버스에 관한 개념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으므로 이번 작품을 보기 전에 관람하면 좋다.

<완다비전>

흑마법서 다크홀드를 바탕으로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완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드라마 시리즈라 시간상 모두 관람하기 곤란하다면 완다가 스칼렛 위치로 각성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만 봐도 무방하다. 비전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고 완다가 만들어낸 자식의 존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왓 이프...?>

닥터 스트레인지의 무모한 선택을 다룬 에피소드4를 보기를 권한다. 애니메이션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광기가 교통사고로 인한 크리스틴 팔머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리는 데 반해 영화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크리스틴 팔머를 그 원인으로 표현할 것 같다. 또 전편에서 사망한 에인션트 원도 나오는데, 예고편에 등장한 민머리의 인물은 어쩌면 그일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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