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은 남자가 이제야 쓰는 육아 일지 '카시오페아'
2022-06-01
글 : 이유채

“선생님, 저 아직 30대예요.” 딱 남들만큼 깜빡깜빡하는 변호사 수진(서현진)은 교통사고를 내고 찾은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는다. 충격으로 굳어버린 수진 대신 의사에게 침착히 궁금한 점을 묻는 사람은 함께 온 아버지 인우(안성기)다. 유학을 앞둔 어린 딸 지나(주예림)를 혼자 키우며 일하느라 정신없는 수진의 부탁을 받고 손녀를 돌보러 딸의 삶에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하던 인우는 수진의 치매 판정 이후 딸의 삶에 아예 들어가기로 맘먹는다.

<카시오페아>는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은 남자가 이제야 쓰는 육아 일지다. 장기 해외 근무로 수진의 인생 대부분에서 부재했던 인우는 속죄하듯 딸의 병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의 간병인을 자처한다. 밥을 챙겨 먹이고, 놀이 모임에 데려가고, 분리수거를 가르친 뒤 돌아오는 인우의 일상은 어린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치매를 겪는 중심인물이 발산하는 혼란한 에너지가 상당한데도 이 극은 전체적으로 차분하다. 아버지를 연기하는 배우 안성기 고유의 부드러운 기운이 극에 깃든 불안감을 토닥이듯 잠재운다. 반면 배우 서현진은 첫 영화 주연작에서 도전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심한 감정 기복으로 고성과 오열을 반복하는 수진은 서현진 하면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로맨스 드라마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뜻밖에도 <카시오페아>의 뿌리가 되는 작품은 <인턴>이다. 신연식 감독은 <인턴> 속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유사 부녀 관계에서 아이디어를 착상했다. 자신의 연출작 <페어러브>에 출연한 안성기와 인연을 맺은 뒤 다시 그와 호흡을 맞출 날을 고대해왔던 감독에게 <카시오페아>는 안성기가 아버지인 부녀 이야기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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