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파친코’ 코고나다의 독특한 ‘가족 SF’ …“상상력의 원천”
2022-06-02
글 : 한겨레제휴기사 (한겨레 신문 제휴기사 등록)

[한겨레]

코고나다 신작 ‘애프터 양’ 1일 개봉, 로봇 통해 인간 성찰하는 독특한 SF, “케이-콘텐츠는 지나가는 트렌드 아니다”

신작 <애프터 양>을 개봉한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 EPA 연합뉴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브이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해 이름을 알린 코고나다 감독의 신작 <애프터 양>이 1일 개봉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은 이날 이뤄진 화상 인터뷰에서 “아시아인으로서 아이덴티티와 함께 인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영화 속 안드로이드 로봇 양이 실제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프로그래밍이 된 것처럼 미국 내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도 어쩌면 미국인들이 아시아인들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반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코메리칸’으로서 이주민의 감수성은 그의 주된 관심사다. “미국인들은 아시아인에 대해 스테레오타입(정형성)을 가지고 바라봅니다.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민자로서의 아시아인들의 공통적 아이덴티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다만 작품에서 진정 다루고자 하는 건 아시아인으로서 정체성보다 감수성입니다.”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한 사색적인 에스에프 <애프터 양>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의 기억을 통해 인간을 성찰하는 독특한 에스에프(SF) 영화. 가까운 미래, 아빠 제이크(콜린 파렐)는 중국인 딸의 정체성을 지켜주기 위해 중국인으로 설정된 안드로이드 로봇 양을 딸에게 선물한다. 어느 날 양이 작동을 멈추고, 실의에 빠진 딸을 대신해 수리점에 방문한 제이크는 그곳에서 양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한다. 다른 안드로이드와 달리 기억을 저장하고 있던 것. 양을 박물관에 기증하라는 권유에 제이크는 고민에 빠져든다.

고요하면서도 정적인 영상미가 인상적인 <애프터 양>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최첨단의 기술문명 대신 자연친화적인 의식주와 다인종 가족의 설정 등 다양성을 차분하게 드러낸 관점으로도 눈길을 끈다. 미국 단편소설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단편 <양과의 안녕>이 원작으로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영화음악을 맡아 더 화제가 됐다. 최근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1일 오전(한국시각), 화상인터뷰에 참석한 코고나다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영화특별시SMC 제공

<파친코>에서 재일조선인 가족 4대의 수난사를 그려낸 코고나다 감독은 <애프터 양>에선 안드로이드라는 또 다른 가족을 매개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에게 가족은 일종의 화두인 셈이다. “우리에겐 모두 가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게 가족은 삶의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주제이자 소우주입니다. 또한 가족은 미스테리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 가족 속의 경험이 한 사람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면 가족 이야기에는 제한이 없는 거죠.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코고나다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1903~1963) 감독과 공동 작업을 많이 한 각본가 노다 코고(1893~1968)의 이름을 변형해 예명인 코고나다를 지었을 만큼, 오즈 야스지로 감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예명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가족 보호를 위해서”라고 한다. 보잘것없는 작은 일상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순간들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좋아하는 한국 감독으로 봉준호와 박찬욱, 홍상수를 꼽았다. “한국 거장 감독들의 작품과 함께 최근에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다룬 드라마들도 챙겨보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이런 드라마가 없거든요.” 이어 그는 큰 사건이 없는 드라마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 “한국 드라마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인만의 독특함과 감수성이 케이(K) 콘텐츠에 실려서 전세계에 전달되고 소비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케이 콘텐츠가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니라고 보는 까닭이죠.”

한겨레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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