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조한 <쥬라기 공원> 세계의 유산을 흠집 없이 계승하는 데 성공했다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주된 무대인 테마파크를 지양하고 공룡을 도시로 진출시켜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라는 생태와 환경에 관한 숙의의 탑을 쌓은 공로가 있다. 또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을 둘러싼 스펙터클한 갈등이 전시될 것처럼 여겨진 터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부분적으로만 들어맞는다. 다른 한편으로 작품은 인간의 본능을 자성하는 제스처를 보인다.
문제는 늘 인간의 탐욕이다. 서식지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 폭발을 피해 바깥세상으로 몰린 공룡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는 시기, 바이오 기술 회사 바이오신은 선사시대 DNA를 조작해 대형 메뚜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대형 메뚜기가 지닌 DNA의 불완전성으로 말미암아 광대한 지역의 경작물이 초토화되고, 다급해진 바이오신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쥬라기 공원 사업을 벌인 록우드 재단의 설립자 벤자민 록우드의 딸이 자기 DNA의 오류를 조정해 창조한 복제 인간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서먼)와, 같은 기술이 적용된 벨로시랩터 블루가 자기 복제하여 낳은 새끼 랩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내고 납치한다. 불법으로 복제돼 판매되는 공룡을 구출해오던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와 벨로시랩터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은 탐욕적 기업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어 보호해왔던 메이지와 새끼 랩터를 구출하기 위해 비밀리에 공룡을 모아놓은 바이오신의 은신처로 떠나고, 이 여정에 <쥬라기 공원>에 등장했던 앨런 그랜트(샘 닐), 엘리 새들러(로라 던) 박사 등의 반가운 얼굴들도 합류한다.
영화는 <킹콩> <고질라> 등의 유사 작품뿐 아니라 해당 시리즈에서도 선보여온 대형 크리처들이 엉겨붙어 싸우는 데서 오는 시각적 쾌감에 기대는 장면들 외에도 공룡을 이용한 연출로서는 흥미로운 시퀀스들을 보여준다. 몰타에서 벌어지는 추격 장면은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날렵한 첩보물 같고, 인물들이 자연 속 동굴을 누비는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류의 영화에 비견되는 탐험의 재미가 있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공포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다만 수준급의 액션 장면들이 14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집중을 끝까지 지켜내는지는 의문이며, 느닷없이 공존의 윤리를 설파하는 마무리에는 다소 순진한 구석도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제작을 맡았고, 1편의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과 존 슈워츠먼 촬영감독이 다시 뭉쳤다.
"자유를 줄 수 없으니까." (“왜 내게 자유를 주지 않느냐”고 소리쳐 묻는 메이지의 말에 대한 오웬의 답.)
CHECK POINT
<옥자>(2017)
블록버스터영화라면 으레 존재하는 첫 장면의 활력 넘치는 액션 뒤로 클레어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녀는 불법 사육장에 교배돼 밀거래될 처지에 놓인 새끼 공룡을 탈출시키고 있다. 이 장면은 영락없이 영화 <옥자>에서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설계한 대량 축산 시설에서 옥자를 구하던 미자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라는 이야기는 인간 우위의 관념을 비판하는 알레고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