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윤시내가 사라졌다' 노재원
2022-06-09
글 : 이자연
사진 : 오계옥

지난해 이다영 감독의 단편영화 <한비>에서 노재원은 덤덤한 목소리 밑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눌러담으며 가족을 잃은 한성의 무던한 슬픔을 관객에게 전이시켰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는 조금 다른 얼굴을 띤다. 말간 표정에 수더분한 목소리를 가진, 석양 앞에 윤슬처럼 순수한 사내 운시내가 되어 길 위를 헤매는 모녀를 잔잔히 다독인다. 촬영을 하는 동안 그는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기교를 연마하기보다 자신의 눈으로 주변 인물을 부지런히 공감하려 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 운시내를 특정한 역할로 경계짓지 않고 장하다(이주영)와 순이(오민애)를 진심으로 바라보려 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시내의 마음을 장착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열애>를 서글프고도 끈적하게 열창하는 장면에서는 처음으로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간 이야기를 쑥스럽게 공개했다. “‘불꽃을 피우리라,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이러한 가사를 두고 사랑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했다. 그런데 사랑 그 자체보다 내게 있었던 슬픔과 상처를 생각하니 비로소 가사가 와닿았다.” 노재원은 인물을 분석할 때 아직 자기만의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인물에게 색채를 덧대면서 살아 있는 장면을 완성해내는 법을 아는 듯하다.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린 ‘제4회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도 20대 막바지에 다다른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얼까 고민하다 과거의 노재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기로 결정했다. 그는 다음에 또 무엇이 될까? 바삐 움직일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이 궁금해진다.

FILMOGRAPHY

영화 2022 <아빠는 외계인> <윤시내가 사라졌다> 2021 <한비> 2020 <드라이빙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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