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기운찬 ‘극장의 부활’, 기죽는 ‘OTT의 독주’
2022-06-10
글 : 한겨레제휴기사 (한겨레 신문 제휴기사 등록)

[한겨레] ‘범죄도시2’ ‘쥬라기’ ‘브로커’ 등 대작들 잇단 등장에 관객 급증, 거리두기 없고 취식 가능도 한몫 / 코로나 최대수혜 OTT업계는 고민, 경쟁 심화에 가격 올라 가입자 감소, 전문가 “숨고르기 뒤 안정화될 것”

1000만 관객 고지를 앞둔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크린은 부활하고, 오티티(OTT)는 숨 고르고.

영화 <범죄도시2>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영화 기록을 눈앞에 두는 등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수준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반면,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콘텐츠 수급 차질과 구독료 인상 등으로 이탈자가 늘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범죄도시2>는 전날까지 957만5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에게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안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가 8일 개봉하면서 하루 관객 14만6000여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2위를 차지한 <범죄도시2> 또한 이날 하루 11만4000여명을 모으면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양새다. 이 기세면 이번 주말께 10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범죄도시2>는 전편의 서울 가리봉동 소탕 작전 4년 뒤를 배경으로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악당 강해상(손석구)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액션물이다. 마석도의 핵주먹 액션과 등장인물의 ‘깨알 유머’를 늘리고 잔인함의 수위를 낮춰 15살 관람가 등급을 받음으로써 관객 폭을 넓혔다. 실관람자 평가로 매기는 씨지브이(CGV) 골든에그지수가 99%에 이르고, 네이버 관람객 평점도 9점대로 높다.

지난 2014년 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 사상 최단 기간인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4년 8월, 알림판이 나붙은 서울 용산 씨지브이(CGV) 티켓 창구 앞이 영화표를 사기 위한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범죄도시2> 흥행 돌풍에는 영화에 대한 호평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극장 내 취식 허용에 따른 나들이 수요 증가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황재현 씨지브이 홍보팀장은 “팬데믹 기간 동안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연기하면서 극장을 찾지 않았던 측면이 강했다”며 “최근 흥행 기대작의 개봉과 더불어 관객들이 팝콘을 먹으며 한 공간에서 남들과 함께 울고 웃는 경험을 통해 극장이란 곳의 의미를 절감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범죄도시2>뿐 아니라 다른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점도 극장가 부활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226만여명을 모은 데 이어, 8일 개봉한 <브로커>가 관객몰이에 나섰다. 또 박훈정 감독의 한국형 슈퍼히어로물 <마녀2>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가 15일, 톰 크루즈 주연 <탑건: 매버릭>이 22일,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29일 개봉할 예정이다. 7~8월 극장가 성수기에도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만든 <한산: 용의 출현>,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등 그동안 개봉을 미뤄온 대작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극장가가 되살아나는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콘텐츠 수급 차질과 구독료 인상으로 이탈자가 늘고 있어 영상 콘텐츠 업계가 재편되는 모양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와는 대조적으로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였던 오티티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의 수급이 더딘데다, 구독료 인상 등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구독료를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한 넷플릭스는 최근 공개된 가입자 수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20여만명의 가입자 감소 추세를 보였다. 넷플릭스가 주춤하는 상황이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토종 오티티엔 기회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상황 또한 여의치 않다. 지난해 국내 오티티 3사는 콘텐츠 제작 투자를 늘리면서 15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데다, 사용자 증가율이 2%에 그치는 등 가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오티티의 쇠락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오티티 산업이 숨 고르기를 한 뒤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상황은 코로나 이전의 원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오티티가 쇠락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그동안 급격하게 성장해온 오티티의 성장 폭이 떨어지면서 콘텐츠 투자에서도 내실화를 꾀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도 “넷플릭스 등 오티티 구독자 수 감소는 코로나 특수 때부터 예상했던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 초기에 극장이 다 망할 거라고 했지만 결과는 달랐던 것처럼 오티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한동안은 극장과 오티티의 양립 체제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겨레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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